이 보다 극적일 순 없었다.
호주동포 그레이스 김(24)이 통산 2승째를 메이저대회로 장식했다. 그레이스 김은 13일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GC(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범했으나 이글 2개와 버디 4개를 잡아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그레이스 김은 세계랭킹 2위 지노 티띠꾼(태국)과 공동 선두로 연장 승부를 펼쳤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두 번째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져 위기를 맞았으나 30야드 지점서 친 네 번째 칩샷이 버디로 이어지면서 역시 버디로 응수한 티띠꾼과 연장 2차전을 치렀다.
같은 홀에서 치러진 연장 2차전에서 그레이스 김은 두 번째샷을 홀 5m 지점에 떨궈 투온에 실패한 티띠꾼보다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티띠꾼이 세 번째샷을 홀 2m 지점에 붙이자 그레이스 김은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극적인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그레이스 김은 14번 홀(파3)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15번 홀(파5)부터 18번 홀까지 마지막 4개홀에서 4타를 줄여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특히 18번 홀은 그레이스 김에게 ‘기적의 홀’이었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더블 이글(앨버트로스)이 될 뻔한 이글, 연장 1차전에서는 페널티 구역에 빠져 패색이 짙었으나 무서운 집중력으로 버디, 그리고 연장 2차전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이글을 잡았다.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 이후 2년 3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승, 시즌 첫 승을 거둔 그레이스 김은 상금 120만달러(약 16억5000만 원)를 획득했다.
호주 국적 선수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은 통산 5번째다. 그레이스 김은 방송 인터뷰에서 마지막 4개홀에서 4타를 줄인 원동력을 묻자 “나흘 내내 즐기는 골프를 하려고 했다”라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우승했더라면 생애 첫 메이저 우승과 세계 랭킹 1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티띠꾼은 준우승에 만족하게 됐다.
아마추어 세계 1위 로티 워드(영국)가 호주동포 이민지(28)가 공동 3위(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에 입상했다. 워드는 지난주 LET 아일랜드오픈에서 6타 차 압도적 우승을 거뒀다.
2004년생 워드는 이번 대회 25위 안에 들면서 LPGA 회원이 될 자격을 확보했다. 워드는 부모님과 상의해 전향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전향을 선언하면 올해 잔여 시즌과 2026시즌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한국 선수로는 최혜진(25·롯데)과 이소미(26)가 공동 14위(최종 합계 8언더파 276타)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최혜진의 메이저 대회 ‘톱10’ 입상과 이소미의 ‘톱10’ 입상은 나란히 3개 대회 연속으로 멈췄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