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best in the world), 쵸비!”
“역대 최고(the greatest of all time), 페이커!”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현장의 아나운서는 양 팀의 미드라이너를 각각 세계 최고와 역대 최고로 소개했다. 치열했던 최고 간의 맞대결, 이번 밴쿠버 대전에서는 세계 최고가 웃었다.
젠지는 1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5 MSI 결승전에서 T1에 3대 2로 이겼다. 1대 2 상황에서 4·5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대회 결승전 MVP로는 정지훈이 선정됐다. 정지훈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가 교전 중심의 메타임을 포착하고, 빠른 합류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게 우승의 비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는 오브젝트 교전이 중요한 메타였다. 한 라인을 포기하고 상대보다 빠르게 본대에 붙고, 시야를 밀어내는 팀적인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 부분이 잘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T1을 연달아 잡았지만,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T1에 패배해서 생긴 응어리가 풀린 건 아니라고도 말했다. 정지훈은 “작년에 T1에 진 건 월즈 무대였다. 이번에 MSI에서 이긴 건 이긴 것이고, 다가오는 월즈에서는 월즈 패배를 복수하기 위해서 실력을 더 갈고닦겠다”고 말했다.
정지훈은 “우승했다는 사실, T1을 이겼다는 사실이 기쁘지만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우리가 MSI를 준비하며 노력했던 나날이 쌓여서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늘 화제를 모으는 이상혁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이날도 두 선수는 용호상박의 수 싸움을 벌였다. 정지훈은 “과거에는 내가 ‘페이커’ 선수 상대로 라인전 우위를 점하더라도 그걸 팀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계속 성장해서 이제는 ‘페이커’ 선수 상대로도 팀적인 움직임이 좋아졌음을 스스로 느낀다”고 말했다. 또 “월즈에서 ‘페이커’ 선수가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상혁도 정지훈과의 맞대결에 대해 언급했다. 이상혁은 “초반 세트는 생각했던 대로 (경기가) 흘러갔던 반면 4·5세트는 개인적으로 라인전에서 실수가 많아서 생각했던 대로 (구도가) 나오지 않았다”며 “다음에 e스포츠 월드컵(EWC)에서 ‘쵸비’ 선수와 또 맞붙게 될 수도 있다. 그때는 더 좋은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상혁은 “젠지도 워낙 강한 팀이다. 승부를 벌이다 보면 패배할 때도, 이길 때도 있는 것”이라면서 “오늘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 많은 걸 배운 대회였다”고 덧붙였다.
밴쿠버=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