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관련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을 또 연장했다.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은 “부당한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1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홍콩에 대한 행정명령으로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1년간 유지한다”고 밝히고 해당 통지문을 의회에 전달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홍콩 자치권을 근본적으로 약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포함해 홍콩 관련 상황이 계속해서 미국의 국가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2020년 7월14일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는 2025년 7월14일 이후에도 계속 발효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홍콩 관련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을 연장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홍콩 국가비상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인 2020년 7월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대한 대응 조치로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처음 선포됐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1년씩 계속 연장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 제정 이후 홍콩에 부여한 관세·투자·무역 등 관련 특별혜택을 철회했다.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우대 조치를 없애고 중국 여권 소지자와 동일하게 취급했다.
중국 외교부 주홍콩사무소 대변인은 “중국 내정과 홍콩 문제에 대한 미국 백악관의 부당한 간섭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며 반발했다. 이어 “미국이 국내법을 근거로 홍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무리하고 일방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제와 무역을 무기화하는 패권 행위이자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정치적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홍콩 정부도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홍콩에 관한 국가비상사태’를 다시 연장함으로써 중국과 홍콩 문제에 대한 내정을 헛되이 간섭했다.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라며 반발했다.
홍콩 정부는 “미국은 국제법 및 국제관계를 뒷받침하는 기본 규범을 노골적이고 반복해서 위반했다”면서 “미국이 또다시 정치적 술책을 통해 법에 따라 국가안보 위협 활동을 예방·억제·처벌하는 업무를 제멋대로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홍콩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도 막았다. 미국 재무부는 11일(현지시간) 홍콩 기업 수이루이 인터내셔널의 미국 델라웨어주 시청각장비 기업 주피터시스템스 인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중국 법률하에서 조직된 기업인 수이루이그룹이 수이루이 인터내셔널의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국방생산법 721조 등에 따라 이번 인수 건을 심사·조사한 결과, 국가안보상 위험을 탐지했으며 주피터시스템스의 제품이 군사용이나 핵심 인프라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