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프링클러 없는 아파트서 화재 노모·아들 사망

입력 2025-07-13 18:11 수정 2025-07-13 18:15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집에 있던 일가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오후 12시 22쯤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불꽃과 연기를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출동, 오후 12시 42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진화와 구조 작업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불이 난 아파트에서 A(80대·여)씨와 그의 아들 B(50대)씨, C(40대)씨 일가족 3명을 구조했다.

당시 심정지 상태로 A씨와 B씨는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C씨는 연기를 흡입하고, 양팔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아파트 옥상으로 대피한 입주민 4명 등 총 5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 당국은 오후 1시 57분쯤 불을 모두 껐다.

생존한 C씨는 3명 모두 잠을 자고 있을 때 불이 나 발견이 늦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모와 아들 2명이 머물던 아파트 호실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 원인을 전력 과부화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이후 16층 이상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2005년 11층 이상,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 아파트는 15층 규모로 2003년 2월에 건축허가를 받아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소방시설법 개정 전 허가된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여전히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달 24일과 이달 2일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부산 지역 아파트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4명의 아동이 숨졌다. 연이은 사고에 부산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은 합동 감식을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