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직전 서울 매매 절정… ‘26억 이상’ 거래 2배↑

입력 2025-07-13 15:57 수정 2025-07-13 17:16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윤웅 기자

올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들 가운데 26억원 이상 아파트의 거래량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빌딩 매입 수요가 강남권 아파트로 이동하고, 정권 교체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 통화량 증가로 인한 불안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한 데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올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가격대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6억원 이상인 아파트의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작년 상반기 1467건이었던 거래량이 올해는 3424건으로 133.4% 증가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증가율이 높았던 가격대는 16억원 이상~26억원 미만(83.6%), 12억원 이상~16억원 미만(74.6%), 6억원 이상~12억원 미만(38.3%), 6억원 미만(24.1%) 순이었다. 가격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거래량 증가 폭도 컸다. 단순 거래량만 놓고 보면 실거주 수요가 많은 6억원~12억원 미만 아파트가 1만668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낮았다.

2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거래량 증가를 이끈 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다. 서울에서의 26억원 이상 전체 거래 건수 가운데 강남 3구가 차지한 비중은 73.8%였으며, 마용성까지 합하면 83.2%까지 늘어났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1105건이 거래된 강남구로, 작년 동기보다 106.5% 증가했다. 이어 서초(862건), 송파(561건), 용산(184건), 성동(102건), 마포(36건) 순으로 많았다.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6억원 이상 거래량의 증감률을 기준으로 본다면 392.1% 급증한 송파구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아파트값이 치솟았던 마포구(227.3%)와 성동구(218.8%)의 증가율이 송파구의 뒤를 이었다.

이와 달리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서는 26억원 이상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이들 지역에서 이뤄진 올 상반기 최고 거래 금액은 구로구에서 체결된 18억6500만원 규모의 계약이었다.

지난 상반기에는 아파트 거래와 고가 아파트 거래 모두 작년보다 늘었다.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만556건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5% 늘어난 수치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만33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로 거래가 급등했던 지난 3월 거래량인 1만326건을 넘어선 것이다. 아직 신고 기간이 20일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딩 매매 수요가 아파트로 넘어왔다. 거기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상급지 갈아타기가 절정에 달하며 고가 아파트 매매가 늘었다”며 “여기에 금리인하, 토허제 해제, 진보정권으로의 교체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 부수적인 요인들까지 더해지며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갭 메우기와 순환매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