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간의 결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한류 영향과 한국의 경제력 성장 등을 지목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간 혼인 건수는 1176건으로 지난해 대비 40%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간 결혼은 147건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한국인이 중국·필리핀·베트남 사람과 결혼하는 건수는 줄었으나 일본인과 혼인을 맺은 사례는 13% 증가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1970~80년대에는 일본의 경제력과 농촌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한국 여성들이 일본 남성과 결혼해 일본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1980~1990년대에는 통일교 합동 결혼으로 한국으로 건너가는 일본인 여성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일본 여성이 결혼을 위해 이주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다. 닛케이는 “그 사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해 남성 급여는 동등해졌다”고 덧붙였다.
소득 격차 축소 외에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서 인기를 끈 한국 문화도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결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닛케이는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한류 드라마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남성과의 결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닛케이에 따르면 한 일본 웨딩업체 관계자는 “결혼 전부터 한국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일본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방영된 한일 커플 연애 프로그램 ‘한일 로맨스 혼전연애’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학 연구자인 오이카와 히로에 홍익대 교수는 혼인을 계기로 한국에서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의 30~40%는 한국에 대한 동경과 삶의 보람을 이유로 꼽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경우 일본인 여성의 정서적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이카와 교수는 실제로 2019년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 한국에 거주하던 일본인 여성의 95%가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결혼은 민간 외교의 최전선”이라며 “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치·외교적 안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