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명상·세면대 힐링? 美 Z세대 틱톡발 ‘화장실 캠핑’

입력 2025-07-13 11:20 수정 2025-07-13 13:08
'화장실 캠핑'을 즐기는 미국 Z세대. 미국 데일리닷 캡처

최근 미국의 Z세대 사이에서 화장실을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삼는 ‘화장실 캠핑’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SNS 틱톡에는 집·학교·직장 등의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미국 매체 데일리닷은 지난 5일(현지시간) “Z세대 틱톡커들 사이에서 ‘화장실 캠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장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일상 속 과부하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S급 화장실 캠핑러’라고 소개한 한 틱톡 이용자는 “지나치게 자극을 받으면 화장실로 피신해 기분을 정리한다”며 지난달 23일 올린 영상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거나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틱톡에서 ‘화장실 캠핑(restroom camping)’을 검색하면 세면대나 변기를 사용하는 대신 화장실 안에서 가만히 쉬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이를 두고 “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투자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화장실 캠핑이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것은 치유의 공간”이라며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정서적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화장실 캠핑'을 즐기는 미국 Z세대. SNS 틱톡 캡처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동이 트라우마의 흔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경발달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만성 우울증 등을 겪는 사람들이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화장실에 틀어박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의 불화와 아버지의 음주로 인해 화장실에 숨어 지냈다는 한 틱톡커는 “지금도 몇 시간씩 화장실에 있는 날이 많다”며 “사실은 좀 슬픈 일”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용자는 “화장실이 유일하게 안전하다고 느낀 공간이었다”며 “수많은 공황발작을 화장실에서 버텼다”고 고백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