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최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다음 달 1일부터 각각 상호관세 3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EU와 멕시코는 협상과 맞대응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 보낸 서한에서 “8월 1일부터 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 모든 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로 3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관세를 인상하고 보복하기로 한다면, 인상하기로 한 만큼의 수치가 우리가 부과하는 30%에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상호관세율이 지난 4월 트럼프가 발표했을 당시 20%보다 10%포인트나 올랐다. 다만 트럼프가 EU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50%로 올릴 것이라고 위협한 것보다는 낮아졌다.
트럼프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도 같은 3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멕시코는 여전히 북미 전체를 마약 밀매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카르텔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멕시코가 카르텔에 맞서고 펜타닐 유입을 막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이 서한의 내용을 조정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체결국으로 4월 상호관세 발표 대상에선 빠졌다. 대신 트럼프는 마약 반입을 이유로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책정했다가 이중 USMCA 적용 품목은 관세를 면제했다. 이번 상호관세도 USMCA 적용 품목은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멕시코정부에 따르면 멕시코 수출품의 87%가 USMCA 적용을 받는다. 트럼프의 관세 상향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EU에는 무역 적자, 멕시코에는 합성 마약 펜타닐 유입을 관세 부과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다만 앞서 한국과 일본에 보낸 서한과 마찬가지로 EU와 멕시코에도 관세 조정 가능성은 열어뒀다.
EU에서는 협상과 함께 강경한 보복 대응 목소리도 나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8월 1일 까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비례적 대응조치 채택을 포함해 EU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며 “EU 수출품에 3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필수적인 대서양 공급망을 교란해 양쪽 모두의 기업, 소비자,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에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의 이익을 단호히 수호해야 한다”며 “특히 신뢰할 수 있는 보복 조치를 준비하는 속도를 높여야 하고, 8월 1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강압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집행위원회가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적었다. 미국은 EU와의 무역 협상에서 부가가치세와 ‘디지털 서비스세’를 주로 문제 삼고 있다. 디지털세는 구글 등 온라인 기업이 서비스로 걷는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멕시코는 협상 타결에 방점을 찍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공개 행사에서 “이 서한에는 이런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 정부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우리나라의 주권”이라고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는 EU(9760억 달러)이고, 멕시코(8400억 달러)와 캐나다(7620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관세, 회계연도 최초로 1000억 달러 돌파”라는 짧은 글도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관세가 정부에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세는 대부분 미국 기업인인 수입업자들이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