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야구장에서 튜브타고 ‘둥둥’…한화 새구장 인피니티 풀 가보니

입력 2025-07-12 21:39 수정 2025-07-13 09:19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인피니티 풀에서 관중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최원준 기자

오후 8시를 넘겼지만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는 여전했다. 사람들은 물속에 몸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고 있었고, 어른들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물 위를 떠다녔다. 한여름 해변이나 워터파크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놀랍게도 이곳은 지난 11일 2025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로 인피니티 풀이 설치된 관중석이 마련돼 있었다. 이날 3루 외야 4층 풀장에는 야구팬 10여명이 경기와 피서를 동시에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유니폼 대신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가로 15m, 세로 5m, 깊이 1.5m 규모의 인피니티 풀은 최대 3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화가 올해 새 구장 개장과 함께 선보인 대표시설이다. 운영 시간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7회 말 종료 시까지다. 관중 퇴장과 안전관리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윽고 7회 말이 종료되자 풀장 한쪽에 앉아 있던 안전요원이 “금일 풀장 운영이 마감됐다. 모두 밖으로 나와달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벌써?”라며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하나둘씩 물 밖으로 나왔다. 한 아이는 나가기 싫다며 버티기도 했다.

15년 지기 동호회 지인들과 함께 풀장을 이용한 원순재(36·여성)씨는 “예전 한밭구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좁은 좌석에 앉아 야구를 보던 시절을 떠올리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며 “처음엔 왜 일반석을 줄이고 이 시설을 만드는지 의문이었지만, 직접 와보니 이 재미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피니티 풀 옆에 위치한 간식 코너. 최원준 기자

풀 주변은 휴양지 분위기였다. 구명조끼 대여소, 시원한 맥주와 음료를 파는 펍, 튀김과 핫도그를 파는 간식 코너가 갖춰져 있었다. 줄무늬 천으로 덮인 지붕 아래에는 식탁 여러 개가 놓여 워터파크 푸드코트를 떠올리게 했다. 매점 직원 이가은(20·여성)씨는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피니티 풀 옆에 마련된 자쿠지 관람석. 최원준 기자

풀장을 나온 관중들은 옆에 마련된 자쿠지와 카라반으로 향했다. 인피니티 풀 바로 옆에는 자쿠지 9개가 줄지어 있었고, 관중들은 발을 담근 채 간식과 음료를 손에 들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최혜진(40·여성)씨는 “밤에도 더위가 식지 않는데, 발을 담그고 맥주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며 “예약만 가능하면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인피티니풀 반대편에 설치된 카라반 좌석. 최원준 기자

반대편에는 소형 카라반 3대가 설치돼 있었다. 차량 옆 데크엔 나무 캠핑 의자 6개가 놓여 있어 캠핑장을 연상케 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선주(45·여성)씨는 “캠핑을 원래 좋아하는데, 야구장에서 캠핑 분위기를 느끼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옥에 티도 없지는 않았다. 지난 1일 시범 개장 이후 인피니티 풀 주변에서 물이 튀고 누수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올스타전 직후 물받이를 추가 설치해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