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 손 안의 의사’ 역할을 해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AI 헬스 코치’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건강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의료진에 연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2025’ 행사 폐막 이후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건강의 다음 장: 예방과 커넥티드 케어의 확장’을 주제로 한 ‘갤럭시 테크 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인수한 미국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 ‘젤스’와 삼성 헬스 앱을 통합해 종합 건강 데이터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디지털 헬스 분야를 총괄하는 박헌수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장은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우선적으로 AI 헬스 코치 베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삼성 헬스 앱(애플리케이션) 내의 챗봇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병원이나 의료체계와 연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 설명에 따르면 AI 헬스 코치는 앱(삼성 헬스)과 하드웨어(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건강 지표를 생성한다. AI 모델이 수면·영양·활동·스트레스 네 가지 분야를 분석해 개인에게 의미 있는 보고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생성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챗봇을 통해 사용자와 코치 간 소통이 이뤄진다.
다만 박 팀장은 AI 헬스 코치의 용도가 진단이나 치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AI의 역할은 사용자로 하여금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거나 식습관·운동 방법 등을 개선하도록 권유하는 데 있을 뿐, 이 프로그램이 전문적인 의료 지침을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건강에 대한 경고 신호가 있으면 객관적인 리스크를 알려주는 것이 AI 헬스 코치의 역할이고, 이후 이뤄지는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의 소견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박 팀장 외에도 마이크 맥쉐리 젤스 최고경영자(CEO), 라수 스레스타 어드보케이트 헬스 부사장, 짐 퍼슬리 힌지 헬스 대표 등 유관 기업의 핵심 임원이 참석했다.
스레스타 박사는 “단순히 환자가 아닌 사람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연결된 (의료)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병원의 역할을 ‘헬스케어 교통통제센터’ 역할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쉐리 CEO도 “10년 전에는 종이에 약을 처방받았지만 지금은 98%가 전자처방으로 바뀌었다”며 전통적 의료 시스템에서 벗어난 커넥티드 헬스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개인정보 관련 규제와 의료계의 반발이 AI 헬스 코치 출시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 팀장은 “민감한 정보는 기기에만 저장하는 방식(온디바이스)을 취하고 클라우드에는 저장을 제한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식으로 우려 사항을 해소하고 있다”며 “원격 의료에 대한 의료계 저항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대가 변하고 AI는 발전하고 있다. 분명한 건 지금 삼성전자는 웰니스 영역에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