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민들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반대”

입력 2025-07-12 20:00 수정 2025-07-13 11:35
과천시민들이 12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신천지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민들이 12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지역 내 확산 시도를 반대하고 나섰다.

‘신천지 OUT 과천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반대를 위한 시민 단합 대회’를 개최했다. 비대위에는 과천시 각 초중고교 학부모연합회와 아파트 입주자대표연합을 비롯해 지역 청년회와 노인회, 여성단체 등 다양한 시민 주체들이 연합했다. 주최 측과 경찰 모두 이날 집회에 1000여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1000여명의 시민들은 118년 만에 수도권을 덮친 극한의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천지 아웃! 물러가라”,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와 신천지 반대에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열린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반대를 위한 시민 단합 대회’ 모습.

이들은 평소 본부로 활용하던 과천시 중심가 대형마트 건물을 전량 매입해 종교 시설로 용도 변경하려는 신천지의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해당 건물을 성지로 삼고 이단 교리 포교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신천지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포교하거나 ‘위장 포교’하지 않는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비대위는 성명에서 “위장 포교하는 신천지로 인해 학부모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일상생활은 위축되고 있다”며 “이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전, 신뢰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 모두의 공간인 과천이 시민의 의견이 배제된 채 특정 종교단체의 중심 거점이 형성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정체성 감춤 및 위장 포교, 사회적 갈등을 반복해 온 단체에 더는 우리의 공간을 내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신천지 측에 “시민 뜻을 존중해 용도변경 시도를 스스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과천시를 비롯해 시의회와 지역구 국회의원에는 신천지 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사법부에는 “지역 공공성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라”고 전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과천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소영 의원과 김현석 경기도의회 의원, 하영주 과천시의회 의장 등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입장을 청취하며 시민들의 우려에 공감했다. 이 의원은 “단순히 종교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신뢰와 안전 문제 그리고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며 “과천시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정부에 생생히 전달하고 엄정한 조사를 적극적으로 건의,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장은 “위장 포교 등으로 사회의 물의를 일으켜 온 신천지 문제는 주거 환경이나 아이들 교육상 악영향을 미쳐 주민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본다”며 “공익적 피해가 충분히 발생하는 만큼 신천지 시설을 종교시설로 용도 변경해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기식 국민의힘 의왕과천 당협위원장은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거부하는 사실을 신천지는 직시해야 한다”며 “신천지는 과천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도 공공의 복리를 해치면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며 “신천지는 국민의 신뢰와 칭송을 받는 단체가 먼저 돼라”고 덧붙였다.

신천지 측과 마찰을 빚는 시민의 증언도 나왔다. 김모(50)씨는 4년 전 개업한 가게의 위층에 있던 신천지 사무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봤다고 했다. 소방용수가 그의 사무실로 넘치며 집기 등이 손상된 것이다. 김씨는 하지만 신천지 측이 보상은커녕 사과도 하지 않아 소송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도 계속 소송이 진행 중이다”며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게 종교인데 주민에게 상처를 주는 신천지는 종교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아이들을 현혹하고 시민을 상대로 포교해서 신천지 왕국으로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어 건물들을 사들이고 있겠는가”라며 “신천지로 인한 피해는 언제든 우리 아이와 가족, 이웃에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천지로 인한 더 큰 피해가 없도록 반드시 신천지를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이 거리 행진 도중 신천지 본부가 입주한 건물(사진 가운데 제일 높은 건물)을 바라보며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반대"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 후 시민들은 과천시민회관 앞을 거쳐 신천지 본부가 입주한 대형마트 건물 근처까지 행진하며 신천지 반대 뜻을 지역사회에 알렸다. 신천지 측이 본부 건물 앞에 집회 신고를 먼저 해놔 반대편 도로까지만 행진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이 건물 앞에서는 별다른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과천시는 현재 종교시설 용도 변경 문제로 신천지 측과 소송 중이다. 1심 재판부가 용도 변경으로 인한 공익상 피해를 인정하지 않자 항소심을 앞둔 지난 10일 신천지 시설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교통 피해와 주민 안전 우려를 입증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비대위에 참가한 시민단체 등도 신천지 시설의 용도 변경을 반대한다는 2만여명의 서명을 모아 시 측에 전달했다.

과천=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