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구나”
지난 시즌 막바지, 수비 실수가 이어지던 순간 KIA 타이거즈 김호령의 머릿속을 스친 말이다.
김호령은 지난해 데뷔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커리어 최소 타석(59타석) 소화에 그쳤고, 타율은 0.136(59타수 8안타)까지 떨어졌다.
자신 있던 수비에서마저 흔들렸다. ‘호령존’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실책성 플레이가 반복됐고, 결국 7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에서 엔트리 제외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타격이 안 풀리니 수비까지 무너졌다. 시즌 막판 쉬운 타구를 놓쳤을 땐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2025시즌 김호령은 반전을 이뤄냈다. 49경기에서 타율 0.284(148타수 42안타), 2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부상으로 빠진 최형우 대신 올스타전에 발탁되며 처음으로 별들의 무대에 올랐다. 그는 “형우 선배가 다치면서 출전하게 돼 마음은 무겁지만 기쁜 감정은 감출 수 없다”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시즌 초반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반에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렸다”고 말했다.
반등의 계기는 타격폼 변화였다. 그는 “이범호 감독님께서 2군 감독을 맡던 시절부터 타격폼 수정을 권했지만 계속 고집을 부렸다”며 “올해 5월 1군 등록 직후 다시 같은 권유를 받았고, 이번엔 모든 걸 내려놓고 따르기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타율 3할 도전 여부엔 “솔직히 욕심이다. 후반기에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올 텐데 위기를 잘 넘겨 2할 8푼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반기 나성범의 복귀로 다시 주전 경쟁을 앞두고 있다. 김호령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해낸다면 중견수 자리를 지킬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함평 타이거즈’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김호령은 “2군에서 함께한 선수들이 1군에서도 잘해준 덕분에 팀이 반등할 수 있었다. 선우와 1군에 처음 올랐을 때 ‘여긴 광주가 아니라 함평이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가 보여준 결정적 수비는 김호령을 대표하는 ‘인생 수비’다. 김호령은 “사실 타구가 날아올 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부모님 말씀대로 인생은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달려 공을 던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장면으로 지금까지 저를 기억하고 응원해주는 팬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