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2025시즌의 젠지도 그렇다.
젠지는 9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결승전에서 T1을 3대 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대회 결승전에 먼저 진출했다.
LCK 정규 시즌 1·2라운드, 로드 투 MSI에 이어 국제대회에서도 전승 행진을 이어나가는 젠지다. 교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게 이들의 선전 비결이다. ‘캐니언’ 김건부는 T1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요새는 어떤 게임이든 교전을 잘한다면 할 만한 여지가 많아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2025시즌의 젠지는 일관되게 게임을 풀어나간다. 가치 있는 오브젝트가 등장하면 십중팔구 소유권을 주장한다. 여기에 이빨을 드러내는 상대가 나타나면 싸워서 서열을 정리한다. 초중반부터 그런 태도를 유지하다 보니 ‘밸류의 젠지’라는 완전히 별명도 잊혔다.
다른 팀들도 젠지의 뚜렷한 성향과 특징을 알고 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젠지와 맞붙었던 G2 e스포츠의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는 “사실 젠지의 게임에선 반복적인 플레이가 많이 보인다. 특히 오브젝트 위주로 풀어나가는 점이 눈에 띈다”며 “우리도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 예상 범위 내의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G2가 그런 젠지에 1대 3으로 졌듯, 특징을 안다고 해서 쓰러트릴 방법까지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젠지는 선수 개개인의 순발력이 좋다. 불리한 전황을 단숨에 뒤집을 만한 재치와 스킬샷 적중 능력이 선수단 전원에게 있다. 이들 상대로 교전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약점이나 공략법을 찾아내서 세트승을 거둔 사례도 있다. 당장 T1도 9일 경기 2세트에서 젠지의 호전성을 역으로 이용해 대승을 거뒀다. ‘구마유시’ 이민형은 “젠지가 올해 전승을 달리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고 오브젝트 싸움에 두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2세트는 그런 부분을 잘 이용해서 이겼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젠지는 T1전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갔고, 결국 더 높은 교전 승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아타칸이나 내셔 남작을 먼저 때려 상대를 근처로 불러들었다. 이후 정확한 오브젝트 대상 딜 견적 내기, 빠른 한타 전환 판단, 챔피언의 특성과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진형 짜기를 통해 이득을 봤다.
결승전에선 젠지를 응징하는 팀이 나올까. T1은 9일 경기에서 젠지의 숨통을 끊기 직전까지 갔다. 애니원스 레전드(AL) 역시 마찬가지로 젠지 상대로 교전에서 밀리지 않아 두 차례 세트승을 거둔 바 있다.
‘기인’ 김기인은 결승전에서 AL 또는 T1과의 재대결을 예상했다. 아울러 그는 “T1이 국제전에 나오면 판단 속도와 교전력이 좋다. 각(기회)도 칼같이 잘 봐서 잘한다고 느꼈다. 오늘은 우리의 교전 능력과 집중력이 좋아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건부는 비리비리 게이밍(BLG)과의 대결을 희망했다. 그는 “AL, T1과는 이미 경기를 해봤다. 만약 BLG가 결승까지 올라온다면 지금보다 성장했다는 의미”라면서 “결승에서 BLG와 경기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