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큰 움직” 마이크로처치가 여는 새로운 생태계

입력 2025-07-10 18:47 수정 2025-07-10 20:46
아담 리 펠드만 교수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제일침례교회에서 마이크로처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건물 중심에서 벗어나 교회의 본질을 강조한 마이크로처치의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처치란 전통적 교회 조직과 달리 소규모로 모여 예배와 공동체, 선교에 집중하는 신앙 공동체를 의미한다.

최근 3년 간 미국에서는 500여개의 마이크로처치가 새롭게 새워졌으며 1700여명의 비신자가 예수를 믿게 됐다. 마이크로처치 사역의 대가인 아담 리 펠드만 미국 메트로볼티모어신학대 교수를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제일침례교회에서 만났다.

펠드만 교수는 “마이크로처치는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말한 교회 본질은 예배 공동체 선교의 세가지다. 이어 “마이크로처치는 교회의 외형적 건물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난다. 또한 교인과 전도대상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면서 ”교회의 사역을 교인들의 필요에 맞게 상품처럼 다루는 기존 방식도 최소화한다”고 덧붙였다.

277명의 선교사가 속해있고 10개 지역에 거점을 가진 미국 캔자스 시의 ‘언더그라운드’는 대표적인 마이크로처치다. “평범한 사람들이 복음 공동체와의 관계성 속에서 예수의 선교적 사명을 품고 살아가는 영적 확대가족.” 언더그라운드 마이크로처치가 내린 정의를 언급한 펠드만 교수는 “이들의 정의에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정신과 선교적 사명, 신학적 가치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기성교회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처치의 성장세는 눈길을 끈다. 미국 고든 콘웰 신학대학원 세계기독교연구센터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1000여개의 마이크로처치 중 절반이 3년간 세 곳의 새로운 마이크로처치를 개척했다. 20%는 다섯 개 이상의 교회를 분립했다. 또한 이에 조사에서 마이크로처치 교인 10명 중 8명은 비신자 출신이었다.

펠드만 교수는 “마이크로처치는 조직과 구조가 단순하므로 빠른 개척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이유로 이중직 목회자들 역시 가정과 일터에 교회를 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마이크로처치는 미래교회의 보편적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는 ‘움직이는 교회’로써 비기독교인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펠드만 교수가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제일침례교회에서 열린 '2025미래교회콘퍼런스'에 참여해 '마이크로처치의 미래교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작다는 뜻의 ‘마이크로’ 이름 때문에 마이크로처치와 작은 전통교회를 혼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마이크로처치는 단순한 소규모 교회가 아니라 초대교회와 같이 본질에 집중하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펠드만 교수는 교회 규모가 작다고 해서 마이크로처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마이크로처치는 초교파 초교단적이며 온전히 본질적 부분에 집중하기에 그 규모와는 관계없다”고 했다.

마이크로처치가 지속하고 교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전통교회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펠드만 교수 역시 마이크로처치 개척을 시작하기 전 기존교회에서 20년 가까이 사역한 목회자였다. 그는 “마이크로처치와 기성교회는 양자택일이 아니다”면서 “마이크로처치의 뿌리 역시 기존 교단이며, 교단의 지원이 있을 때 마이크로처치와 기성교회는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어떨까. 펠드만 교수는 공동체 중심인 한국 문화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공동체적 문화 특성이 강해 마이크로처치의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기존 대형교회와의 협력 그리고 신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마이크로처치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전병철(왼쪽) 아신대 교수가 10일 '2025 미래교회콘퍼런스'에서 아담 펠드만 교수의 강연을 통역하고 있다.

이날 펠드만 교수는 ‘마이크로처치의 미래교회’라는 주제로 ‘2025 미래교회콘퍼런스’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뉴미니스트리(대표 박진웅 목사)가 주최하며 ‘미래교회’를 주제로 인공지능(AI) 공공정책 트라우마 등 10가지 키워드와 미래교회를 엮어 다뤄진다. “미래교회,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이 콘퍼런스는 이틀간 진행되며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현장 사역자, 신학자 등 여러 분야의 강사진이 모여 교회의 본질에 대해 논의한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