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으로 발 넓히는 AI… 한국은 아직 단순·보조 역할만

입력 2025-07-13 07:30

인공지능(AI) 기술이 공교육 현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구글 등 유명 AI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 교육계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한국 학교에서도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교육용 AI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쓰이고, AI 교과서까지 도입됐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사유를 이끌어내는 쪽보다는 학습 진단과 분석 등 보조적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AI 기업들은 자사의 교육용 AI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며 공교육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립대 학생과 교수진 50만명에게 챗GPT ‘에듀’ 버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지난 4월 고등교육에 특화한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을 출시하고 노스이스턴 대학교 등과 사용 제휴를 맺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도 같은 달 미국 기업과 비영리 단체에 AI 관련 보조금과 기술, 교육 자료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으며 아마존과 애플, 구글, 메타를 비롯해 수십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주요 AI 기업이 내놓은 교육용 프로그램의 특징은 주체적인 ‘사고’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은 이용자에게 답을 제시하는 대신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학습 모드’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운다. AI는 어떤 풀이법을 선택할지, 이용자가 내놓은 답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 질문을 던져 문제 접근 방식을 훈련시킨다. 챗GPT 에듀 역시 ‘GPT-4o’를 기반으로 고급 데이터 해석과 토론이 가능하도록 한 참여형 모델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한국 교육 현장에서 AI는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4월 출시해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웨일 UBT’는 시험 출제와 관리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월 제작 및 배포한 ‘인공지능 교육서비스 수업자료집’도 시중에 있는 에듀테크 활용법을 담는 수준에 그쳤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AI 챗봇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수준별로 맞춤형 자료를 제공받는 사례가 주를 이뤘다.

올해부터 초·중·고교에서 자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AI 교과서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별 학생을 분석하거나 문제 풀이 과정을 되짚어주는 등 유용한 측면도 있지만, 심층적인 탐구로 나아가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우려를 표한다.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원과 학생, 학부모 2만74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8%는 “AI 교과서가 투자 예산 대비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AI가 ‘뉴 노멀’이 된 시대에서는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질문하는 능력,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AI를 학습에 활용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중심에 두고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의견을 반복해서 사유해야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