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정률제 개편 ‘일시 중단’…정부·시민단체 입장차만 확인

입력 2025-07-10 18:04 수정 2025-07-10 18:29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의료급여제도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측 좌석이 비어있다. 이들은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를 요구했고 수용되지 않자 퇴장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과도한 의료 이용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의료급여 정률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개편안 발표 1년 만인 10일 시민단체와 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양측의 대화는 파행을 빚었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컨벤션에서 열린 ‘의료급여제도 공개 간담회’에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에 관해) 진행 중인 절차는 입법 예고가 끝나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 (향후) 절차를 중단하고 논의를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기초법공동행동,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빈곤사회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홈리스행동은 이 차관에게 “공식적인 철회”를 요구했고 수용되지 않자 전원 퇴장했다.

의료급여제도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의료급여 수급자는 진료 건당 1000~2000원으로 책정한 정액제 본인부담금만 지급하면 됐다. 하지만 복지부가 지난 6월 부담금을 진료비의 4~8%로 정한 정률제로 변경하는 의료급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같은 정률제가 도입되면 의료급여 수급자는 진료 횟수, 진료 행위가 늘어날수록 더 큰 의료비 부담을 지게 된다. 복지부는 매년 6800억원씩 늘어나는 의료급여 지출의 원인을 과잉 의료로 지목하고, 정률제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의 반박이 이어졌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급여 수급자는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노인이 3배, 장애인이 7배, 복합만성질환자가 수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불필요한 의료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국장은 또 “전국민 대상으로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을 하면서 도덕적 낙인을 찍는 것”이라면서 “도리어 진짜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문턱이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과도한 의료 이용은 수급자인 환자가 아니라 병·의원이 조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과도한 의료 이용은) 민간 영리 병원들이 의료급여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호객’ 행위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탈적 현상”이라면서 “근본적인 해법은 (병·의원이 환자를 불필요하게 진료하는) ‘공급자 유인 수요’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