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야카리노 엑스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된 지 2년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야카리노는 “엑스를 ‘모든 것을 담는 앱’으로 탈바꿈시켜준 머스크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카리노의 사임은 머스크의 돌발적인 언행으로 인한 마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3월 xAI와 합병으로 야카리노의 입지가 줄어든 것 또한 사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야카리노, 머스크와의 결별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됐다’는 글에서 야카리노가 사임하게 된 뒷이야기를 전했다.
머스크는 2023년 5월 13일 야카리노를 엑스의 새 CEO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야카리노는 NBC유니버설에서 11년을 보냈으며 글로벌 광고 및 파트너십 회장을 맡았다. 그는 광고주 및 광고대행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로 유명했다. 냉철한 협상 전술을 구사하지만 부드럽게 느껴져 ‘벨벳 망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엑스 CEO는 머스크가 이끄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였다.
그런 야카리노가 머스크와 2년여만에 결별하게 된 데는 머스크의 격한 언행과 돌발적인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야카리노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광고주들을 돌아오게 하는 일이었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극우 표현을 허용하는 등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광고주들이 광고 집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업무 스타일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머스크와 야카리노의 업무 스타일은 종종 충돌했다. 팀원들이 요점만 담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길 원한 머스크는 야카리노의 다듬어진 프레젠테이션이나 이메일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야카리노도 마찬가지였다. 광고주들과의 관계 회복이 최우선인 와중에 머스크는 한 콘퍼런스에서 광고를 철회한 광고주들에게 “꺼져도 좋다(Go fXXX yourself)”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머스크의 돌발행동들은 광고주를 설득하는 야카리노를 방해했다.
머스크는 광고 실적을 더 빨리하라고 압박했다. 광고주들이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광고 집행을 재개했지만, 머스크는 더 빠른 성과를 원했다고 한다. 그는 연초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 “회사가 재정적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썼다. 머스크는 이와 같은 메일을 보낸 사실을 부인했다.
엑스의 재정 안정은 xAI와의 합병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였다. 지난해 말 엑스의 기업가치는 약 100억 달러에서 약 440억 달러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엑스는 xAI와 합병을 발표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합병 이후 야카리노의 존재감은 점점 줄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의 투자 유치 과정에도 그는 빠져있었다. 유해 콘텐츠 관리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xAI의 챗봇 그록(Grok)은 히틀러를 찬양하는 등 여러 건의 반유대주의적 게시물을 올렸다. xAI는 “부적절한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삭제 중”이라고 밝혔다.
WSJ는 야카리노의 사임을 두고 엑스 내부 권력 구도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