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효과?…‘립스틱 대신 안경’ K아이웨어, 백화점 1층 넘어 세계로

입력 2025-07-13 11:54 수정 2025-07-13 16:34
헌터(HUNTER) 아이웨어 이미지. CJ온스타일 제공

안경 시장이 백화점 1층 ‘명품존’을 넘어 글로벌 무대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시력 교정 도구였던 안경이 자외선 차단, 스포츠 기능, 디자인까지 갖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진화하면서 러닝족·휴가족까지 사로잡았다. 여기에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스마트안경 개발이 본격화하며 패션을 넘어 미래 기술 산업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선글라스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러닝과 야외활동 증가로 자외선 차단 및 기능성이 강조된 스포츠형 선글라스는 무려 153%나 급증했다. 지난해 W컨셉의 아이웨어(안경·선글라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15% 뛰었으며, 주문 고객 수도 4배 이상 증가했다.

수요 급증에 유통업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대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롯데월드몰, 더현대 서울, 신세계백화점 명동점 등 주요 백화점 1층에 대형 매장을 잇따라 오픈했다. 신세계는 신생 브랜드 ‘리끌로우’ 팝업스토어를 대전·광주 등에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외국인 대상 아이웨어 매출은 70% 급증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아이웨어 매출 역시 각각 16%, 13.6% 성장했다. 의류 등 전통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이 같은 성장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프라다·구찌 등 해외 명품이 장악하던 국내 아이웨어 시장은 2014년 젠틀몬스터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당시 유명 배우가 착용하며 주목받은 젠틀몬스터는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인 디자인, 차별화된 쇼룸 전략으로 빠르게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블루엘리펀트·카린·리에티 등 다양한 국내 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며 시장 전체가 급성장했다.

국내서 입지를 다진 브랜드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3D 스캐닝, AI 스타일 추천, 가상 시착 기술 등을 앞세운 ‘브리즘’은 지난해 미국 맨해튼에 첫 매장을 열었다. 올해 미국 내 매출 1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는 올해 일본에 첫 현지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젠틀몬스터는 파리, 밀라노에 이어 유럽 3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구글과 젠틀몬스터가 스마트 아이웨어 개발을 위한 협업을 발표했다. 젠틀몬스터 제공

한편 안경은 패션을 넘어 ‘포스트 스마트폰’ 기기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도 K아이웨어에 손을 내밀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에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했다. 구글은 삼성전자 및 젠틀몬스터와 함께 AI 기반 차세대 스마트안경을 공동 개발 중이다. 젠틀몬스터는 연내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 불황기일수록 작고 확실한 만족을 주는 ‘립스틱 효과’가 안경으로 옮겨가고 있다. Y2K 패션과 ‘긱시크(Geek Chic)’ 트렌드가 맞물리며 시력 교정 여부와 무관하게 안경을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젠틀몬스터가 K팝 스타들의 애장템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 안경 브랜드를 찾는 젊은 세대나 외국인 수요가 급증했다”며 “안경이 이제는 시즌별로 바꿔 쓰는 패션 아이템이자, 테크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