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 주는데 구더기 든 음식”…美 이민자 수용소, 인권유린 증언 속출

입력 2025-07-10 15:30 수정 2025-07-10 17: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악어가 서식하는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늪지대에 신설된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 ‘악어 앨커트래즈’를 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의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인 ‘악어 앨커트래즈’가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인 환경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수감자들은 하루 한 번 제공되는 음식에 구더기 등 벌레가 섞여 있고 씻을 물도 없는 상태에서 종교적 권리마저 제한당했다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CNN은 불법 체류 혐의로 구금된 쿠바 출신 가수 림시 라 피구라와의 통화 인터뷰를 인용해 악어 앨커트래즈의 비인도적인 환경에 대해 보도했다. 피구라는 “이곳에서는 하루에 한 끼만 제공되며 그마저도 음식에 구더기가 섞여 있다”며 “씻을 물이 부족해 4일간 샤워를 못했고 조명이 밤낮 없이 켜져 있어 잠을 청하기에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수감자들은 종교의 자유도 제한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콜롬비아계 수감자는 “성경을 빼앗겼다”며 “성경은 내 신앙의 중심인데 지금은 믿음조차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3일째 복용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극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함께 수감된 400여명 중 대부분이 체류 허가 서류를 갖고 있는데 왜 우리를 이런 식으로 고문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플로리다 주 정부 관리들은 이와 같은 증언이 보도되자 부인했다. 스테파니 하트만 플로리다 비상관리청 대변인은 “보도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시설은 법적 기준을 충족하며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반박했다.

악어 앨커트래즈는 플로리다 남부 에버글레이즈 늪지대에 위치한 폐쇄된 공항 부지에 긴급 조성됐으며 최대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플로리다주 정부는 8일 만에 시설을 완공했고 지난 3일 처음으로 이곳에 불법이민자가 이송됐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