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는 사람 있는 모든 곳”…이주민선교의 패러다임 전환

입력 2025-07-10 14:38
김종성 주안대학원대학교 선교학 교수가 10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주민 선교가 급변하는 선교 환경 속에서 전통적 선교의 대안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기 선교사들의 국내 회귀와 글로벌 이주 흐름이 맞물리며, ‘이주민을 향한 선교’가 아니라 ‘이주민과 함께하는 선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총회장 김영걸 목사) 세계선교사회(회장 이재삼 선교사)는 10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총장 김운용)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2025 PCK 세계선교사회 선교대회 및 정기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지난 8일부터 ‘성령의 능력으로 부흥하는 교회와 선교’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 파송된 장기 선교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강 강사로 나선 김종성 주안대학원대학교 선교학 교수는 “이주민 선교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선택”이라며 “이는 전통 선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리적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선교의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예장통합 파송 선교사들이 10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김 교수는 현재 전 세계 이주민 수가 약 2억 8000만명에 달하고 국내 이주민도 27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소개하며 “이들은 다문화적 배경, 이중 정체성, 사회적 주변성, 종교적 개방성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존재들로, 복음을 향한 열린 접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선교지에서 추방되거나 비자 발급이 중단돼 국내로 돌아온 장기 선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이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사역을 펼치고 있는 상황도 이주민 선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선교 개념의 ‘근본적 전환’ 개념도 새롭게 제시됐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으로서, 모든 나라에서 모든 나라로(From everywhere to everywhere) 전해지는 것”이라며 “지금은 선교지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모든 곳’이 선교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주민을 단순한 수혜 대상이 아닌 복음의 동역자, 나아가 선교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가 이주민 선교를 위한 명확한 정책과 교육 체계를 갖추고, 이들이 함께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선교적 모델을 구현해 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예장통합 파송 김동찬(오른쪽 두 번째) 선교사가 10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이주민 선교를 위한 구체적인 선교 전략들이 제시됐다. 패널에는 김 교수를 비롯한 노규석 제주온누리교회 담당목사, 김동찬 이성춘 선교사 등이 나섰다.

김동찬 선교사는 “향후 경찰서, 초·중·고교 등에서도 다문화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선교사들이 해외 선교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이주민 사역에서 전문적인 다문화 역량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목사는 이란 여성 정신건강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주민 선교는 교회만의 힘으로 어렵고 정부기관, NGO 등과 협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선 강의에서는 정승현 주안대학원대 선교학 교수는 ‘성령과 세계선교’를 주제로 성령의 역할을 중심으로 한 세계선교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