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이 아니네…아쉽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 팬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온 대통령실 청년담당관 채용 기준 게시물엔 이같은 댓글이 달렸다. 대통령실이 청년담당관의 지원 연령을 34세 상한으로 제한해 실질적 청년임에도 지원하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10일 온라인 공간에선 이처럼 “이 대통령으로부터 ‘중년’임을 공인 받았다”는 푸념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년기본법 상 청년을 기준으로 채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청년기본법 상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다.
이같은 해명에도 대선 기간 ‘청년 나이 현실화’를 공약한 이 대통령이 막상 집권 이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정책 공약집에서 “100세 시대를 맞아 청년으로 살아갈 권리를 확대하겠다”며 “사회 진출 연령대 상승을 감안해 법적 청년 기준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고령화 여파로 중위 연령이 46.7세로 높아지면서 청년 나이가 상향돼야 한다는 지적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복지 혜택 등에서 실질적인 청년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실제 각 부처와 지자체 등은 청년기본법의 나이 규정 예외 조항을 활용해 정책 대상자인 청년을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로 규정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가족돌봄청년 지원 연령을 39세로 상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용만, 김문수 의원이 다양한 청년 기준을 39세로 통일해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문수 의원은 “고령화가 심한 지역사회에서는 청년 기준 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공약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에 대통령실이 공약 방향과 역행하면서까지 연령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청년 기준은 45세인데도 수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입직 연령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0대 초반 인력이 들어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통령실이 근거했다고 주장한 청년기본법의 시행령은 윤석열정부에서 각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기 위해 개정됐다. 이에 일각에선 청년담당관을 시급히 채용하기 위해 전 정부 제도를 그대로 차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청년의 연령은 법률에만 규정돼있어 시행령과는 무관하다”며 “청년 연령 상향이 장기적 공약은 맞지만, 채용 절차를 곧바로 진행해야 해 법상 나이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 채용은 사실 대통령령인 대통령 비서실 직제 기준에 따라 진행하면 돼 의지만 있다면 나이 기준을 법과 달리 설정할 수 있었다는 게 정치권 설명이다.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대통령 비서실 직제 기준에 따라 1급 청년비서관이 채용됐다고 한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실 인사를 개별법에 따라 뽑는다는 건 이상한 해명”이라며 “대통령 비서실 채용은 직제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청년담당관 채용은 대국민 경쟁 채용 방식이라, 대통령실도 현행 법률을 준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용 직전에 청년기본법과 다르게 나이 범위를 설정하면 추후 채용된 사람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