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5월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낮추면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져선 안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금리를 인하했고, 올 들어 지난 2월과 5월 금리를 낮췄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가계부채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뛰어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도 지난달 은행권에서 6조2000억원 급증한 것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에서 6조5000억원이나 불었다.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인하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었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 가능성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다가는 금리 역전차가 현재 2.0%포인트에서 처음으로 2.25%포인트로 확대되며 외국 자금 이탈과 환율 급등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