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을 사칭한 ‘기관 사칭 선결제(입금) 사기’가 교회를 대상으로까지 확산하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관 사칭 선결제 사기’는 특정 기관 관계자로 속여 다른 업체 물품 대리구매를 요청한 뒤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최근에는 소방공무원을 사칭한 유사 범죄가 잇따라 적발된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수법이 9일 인천의 한 대형교회 부목사를 사칭해 발생했다.
이 교회 청년부 담당 A목사를 사칭한 사기 시도범은 인천 지역 설비업체와 자동문 수리업체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상당한 예산이 집행되는 교회 하수도 공사(자동문 수리)를 이 업체를 통해서 하려 한다”고 환심을 산 뒤 “교회에서 쓸 자동심장충격기(AED) 50대를 대리구매 해 달라. 현금으로 주겠다”며 세종시에 있는 특정 업체를 소개하며 선결제를 유도했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이 수상함을 느끼고 교회 측에 직접 사실 확인을 하면서 사기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해당 교회는 이날 하루에만 비슷한 내용의 문의 전화를 서로 다른 4개 업체로부터 받았다.
문의 내용은 하수도 공사, 자동문 수리 등만 달랐을 뿐이지 AED 대리구매 요청은 같았다. 하지만 교회는 공사나 수리를 요청한 사실이 없고 AED 구매를 의뢰한 일조차 없었다.
사기 시도자들이 새로 부임한 목사를 의도적으로 노린 정황도 포착됐다.
A목사는 부임한 지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교회 홈페이지에도 사진이나 담당 사역 정보가 게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사칭범은 교회 마크와 목사의 직함, 가짜 연락처가 적힌 명함까지 제작해 업체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여러 업체가 사실 확인을 위해 내게 연락을 해오면서 사건을 알게 됐다”며 “가짜 명함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를 통해 사기 시도자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사실 확인을 했는데 한국어가 어눌한 사람이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연락이 끊겼다”며 “유사한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교회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