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수석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이 약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을 1만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다음 달 미국의 새 국방전략(DNS) 발표를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를 둘러싼 주장이 이어지는 모양다.
콜드웰 전 고문은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과 함께 집필해 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한국에서 기지 방호와 직접 관련 없는 모든 지상 전투부대와 육군 통신·정보·지휘부대 및 관련 지원·유지부대를 철수할 것을 권고한다”며 “결과적으로 이는 한국 내 미군 병력을 50% 이상 축소해 약 1만 명의 병력과 2개의 전투기 비행대대(슈퍼 비행대대’ 포함), 그리고 지원부대만 남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군 감축을 위해 한국에 순환 배치된 전투여단(BCT)과 육군 항공전투부대를 포함한 제2보병사단 대부분이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한국에 주둔 중인 전투기 비행대대 2개를 본토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콜드웰 전 고문은 “한국은 다른 많은 미국 동맹국들보다 국방에 더 많이 지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몇몇 핵심적 전투 지원 역량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재래식 군사적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미국 지원 없이도 효과적으로 자국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이 자국 내에 미국의 방위 자산을 다른 지역 안보 위기 대응에 사용하는 것을 계속 제한한다면 남아 있는 전투기와 지상군 대부분도 철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한미군이 중국 대응 등 한반도 외부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과 맥이 닿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번 보고서는 국방부가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군사 태세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특히 동아시아의 미군 태세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세력 균형 유지와 미국의 이익 보호에 집중되도록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의 미군 군사 태세는 지나치게 방대해 유럽 동맹국의 무임승차를 조장했다고도 설명했다.
콜드웰 전 고문은 이번 권고에 대해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은 자국 방어에서 훨씬 더 책임을 지도록 요구받게 되며 최전방 방어 작전에서도 미국은 주로 지원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 미군이 취약하고 노출된 위치에 전진 배치되는 병력의 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한 해협과 남중국해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콜드웰 전 고문은 헤그세스 국방 장관의 수석 고문이었지만 지난 4월 미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이 후티 공습 계획을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논의한 ‘시그널 게이트’에 연루돼 해임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