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와 전국 10개 공공무용단이 함께하는 ‘2025 대한민국 전통춤 축제’를 신설한다.
국립극장은 오는 8월 20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이어지는 2025-2026시즌 프로그램을 9일 공개했다. ‘함께, 더 멀리’라는 슬로건을 내건 2025-2026시즌에는 신작 25편, 레퍼토리 15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8편 등 총 72편(436회)을 선보인다. 2024-2025시즌의 51편(369회)보다 작품 수가 늘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 국립관현악단은 2025-2026시즌에 신작 14편 등 총 41편을 공연한다. 국공립 및 민간 예술단체와의 공동주최 공연도 확대된다. 올해 국립극장으로 터전을 옮긴 국립극단은 이번 시즌 동안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위험한 놀이터’를 시작으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10주년 공연, 극작가 연 연출가 조광화의 신작 등 세 편을 선보인다. ‘위험한 놀이터’를 뺀 두 편은 국립극단이 12년 만에 발표하는 대극장 연극이다. 민간 예술단체와의 협업으로는 배우 송승환이 출연하는 연극 ‘더 드레서’가 주목된다. 송승환이 국립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1968년 연극 데뷔작이었던 극단 광장의 '한마을 사람들' 이후 57년 만이다.
2025-2026시즌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신설되는 두 축제다. 9월 3~28일 해오름극장과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는 국립창극단을 중심으로 전 세계 음악극의 현재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다. 최근 ‘창극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인기를 구가하는 국립창극단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올해는 ‘동아시아 포커싱’을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기반 음악극 9편을 만날 수 있다.
축제 개막작 ‘심청’은 국립창극단이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제작하는 작품이다. 독일 만하임극장 상임 연출가로 유럽 오페라계에서 활약해온 요나 김이 국내외 창작진과 함께한다. 주인공 심청을 사회적 약자의 상징적 존재로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은 판소리 ‘심청가’ 원전에 내재한 고정관념을 뒤엎고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국립창극단 창극 콘서트 ‘토선생 용궁가다’와 ‘창극작가 프로젝트 시연회’도 축제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선보여 호평받았던 중국 광동 오페라(월극) ‘죽림애전기’와 일본의 대표적 고전 무대예술인 노가쿠를 감상할 수 있눈 ‘노가쿠: 노와 교겐’, 노가쿠와 한국의 농악이 협업하는 한일합동 음악극 ‘망한가’가 선보인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민간단체인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종이꽃밭: 두할망본풀이’와 창작하는 타루의 ‘정수정전’이 예정돼 있다. 국립극장은 향후 국내 지역 공공 창극단도 초청하는 한편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으로 축제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다른 축제는 10월 30~31일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2025 대한민국 전통춤 축제’다. 국립무용단을 필두로 국립남도국악원무용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무용단,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경기도무용단, 대전시립무용단, 익산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천안시립무용단, 청주시립무용단이 참여해 지역별 전통춤의 고유한 색채와 미감을 선보인다.
박인건 극장장은 “요즘 한국 문화의 위상이 대단하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K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그 안에 한국 전통적인 요소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K컬처는 기초예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립극장은 이제 제작극장으로서 굳건히 자리잡았다. 그리고 창극 등 국립극장에서 제작된 공연에 대해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 앞으로 좋은 작품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