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관세 압박을 받는 한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내각의 ‘실용 외교’에 주목하고 있다.
장윈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9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서울과 도쿄는 미국과의 동맹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과 일본 지도자들은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실용적인 특성에 따라 3국(한·중·일) 경제협력을 촉진하려는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하면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기조를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집권한 이시바 총리 역시 보수 성향인 집권 자민당 안에서 대미 외교를 중시하는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중국과의 관계도 중시하는 ‘지한파’ 겸 ‘지중파’로 평가된다.
장 교수는 한국·일본에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방위비 분담금 상향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더불어 향후 한·중·일 3국 정상이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외교 행사가 많은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안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와 오는 10월 서울, 내년에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트럼프의 정책적 요인과 함께 여러 외교 행사도 예정돼 있어 3국 관계를 강화하기에 유리한 기회”라고 짚었다.
SCMP는 “한·미·일 3국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며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양자 관계를 개선할 조짐도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7일 일본과 한국에 상호관세율을 25%로 적시한 서한을 발송했다. 모두 14개국에 보낸 서한 가운데 일본과 한국 순으로 가장 먼저 공개해 동맹국에도 관세 압박의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기존 24%에서 1% 포인트 인상된 관세율이 매겨졌다.
스티븐 나기 일본 국제기독대 교수는 “미국의 관세 압박이 한국·일본에 중국과 협력할 유인책을 더 많이 제공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일 양국 모두 중국의 친절이 이간질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 보 난징대 교수는 “관세 분쟁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안보협력이 약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