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서 윤석열정권을 풍자해 자격이 정지된 중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목적이 없었고 교사임을 밝힌 적 없다”며 거듭 정당 행위라는 주장을 폈다.
광주지법 형사4부(재판장 배은창)는 9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중학교 교사 백금렬씨에 대한 두 번째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다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앞서 백씨는 ‘검찰 정상화 촉구’ 집회에 참여해 윤석열정권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 4월에 서울 여의도, 9월에 서울시청, 11월에 광주 충장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했는데, 가사에 “천공은 좋겠네, 건진은 좋겠네, 말 잘 들어서 좋겠네. 윤석열, 김건희는 어서 교도소 가자”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백씨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시위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데, 백씨가 중학교 교사 신분으로 집회에 참여해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백씨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목적이 없었고 교사임을 밝힌 적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과거 피고인이 동종 전과로 징역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점, 국립대 교수는 정치적 활동이 가능함에도 초등학교·중학교 교사는 정치 활동이 금지되는 것에 대한 헌법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후 열린 2심 재판에서 백씨 측은 같은 이유로 유죄가 부당하다고 피력했다. 변호인단은 “백씨가 재판을 받는 이 시각 윤석열 전 대통령은 2차 실질영장심사를 받고 있다”며 “12·3 내란부터 탄핵까지 수많은 백 씨가 비판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지켜진 게 아닐까 싶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난해 5월 내려진 원심의 선고는 지금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면 틀렸다”며 “현재 시대적 시점으로 피고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백 씨에 대한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