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형제를 죽이고 내국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중국 동포 차철남(57)이 9일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내국인 2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안효승)는 이날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차철남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차철남은 귀가 어둡다며 헤드폰을 착용한 채 재판에 임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모두진술에 이은 변호인 변론에서 차철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국인 2명에 대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다음 달 11일 살의의 고의에 대한 내용과 증거 의견에 대해 속행하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차철남은 지난 5월17일 오후 4~5시쯤 50대 중국 동포 형제 A씨와 B씨를 시흥시 정왕동 자신의 거주지와 인근에 있는 이들 형제의 거주지에서 각각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틀이 지나 19일 오전 9시34분쯤에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60대 여성 점주 C씨를, 오후 1시21분쯤에는 한 체육공원에서 집 건물주 70대 D씨를 연이어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차철남은 수사기관에서 “형·동생 관계로 가깝게 지내온 A씨와 B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약 3000만원을 빌려줬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술을 먹자며 A씨를 우선 유인한 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고 뒤이어 B씨도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던 차철남은 평소 자신을 험담하거나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C씨와 D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검찰에 따르면 차철남은 범행 약 6개월 전부터 범행 도구인 둔기를 한 손에 잡기 편하게 손잡이를 짧게 잘랐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흉기 손잡이에 녹인 플라스틱을 부착하는 등 범행 도구를 개조하기도 했다. 차철남은 또 병원에서 A씨와 B씨에게 먹일 수면제를 처방받고 이들을 각각 유인할 방법을 궁리하는 등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