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흉기 난동’ 차철남 “살인은 인정…살인미수는 아냐”

입력 2025-07-09 15:41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시흥 흉기 난동의 피의자 차철남(57)이 지난 5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 시흥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동포 형제를 죽이고 내국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중국 동포 차철남(57)이 9일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내국인 2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안효승)는 이날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차철남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차철남은 귀가 어둡다며 헤드폰을 착용한 채 재판에 임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모두진술에 이은 변호인 변론에서 차철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국인 2명에 대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다음 달 11일 살의의 고의에 대한 내용과 증거 의견에 대해 속행하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차철남은 지난 5월17일 오후 4~5시쯤 50대 중국 동포 형제 A씨와 B씨를 시흥시 정왕동 자신의 거주지와 인근에 있는 이들 형제의 거주지에서 각각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틀이 지나 19일 오전 9시34분쯤에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60대 여성 점주 C씨를, 오후 1시21분쯤에는 한 체육공원에서 집 건물주 70대 D씨를 연이어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차철남은 수사기관에서 “형·동생 관계로 가깝게 지내온 A씨와 B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약 3000만원을 빌려줬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술을 먹자며 A씨를 우선 유인한 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고 뒤이어 B씨도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던 차철남은 평소 자신을 험담하거나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C씨와 D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검찰에 따르면 차철남은 범행 약 6개월 전부터 범행 도구인 둔기를 한 손에 잡기 편하게 손잡이를 짧게 잘랐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흉기 손잡이에 녹인 플라스틱을 부착하는 등 범행 도구를 개조하기도 했다. 차철남은 또 병원에서 A씨와 B씨에게 먹일 수면제를 처방받고 이들을 각각 유인할 방법을 궁리하는 등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