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핵심 관련자들이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가동되기 직전 벌금을 완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 수사 전 서둘러 벌금을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 벌금 납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건희 여사 계좌관리인이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지난 5∼6월 각각 5억원, 4억원의 벌금을 모두 냈다. 당시는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이 가동되기 전이다. 특검은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2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 수사를 개시했다.
벌금을 아예 미납한 이도 있다. 주가 조작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당시 ‘선수’로 뛴 이모씨는 벌금 5000만원 중 일부도 납부하지 않았다. 2단계(2010년 10월∼2012년 12월) 시기 주가조작 ‘주포’였던 김모씨는 지난달까지 벌금 1억원 중 642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김씨는 김 여사 연루 의혹을 재수사한 서울고검에 지난 5, 6월 두 차례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시세 조종에 돈을 댄 ‘전주’ 손모씨(벌금 미부과)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공범 중 2명은 벌금을 다 냈고, 다른 2명은 납부 중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직원 한모씨는 지난달부터 이달에 걸쳐 1000만원을 완납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과 이 전 대표 등 피의자 9명에 대해 전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확보된 바 있다. 녹음파일에는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에게 ‘블랙펄 인베스트에 계좌를 맡기고 수익의 40%를 주기로 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박장군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