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에 케타민, 캐리어엔 대마… 지게꾼·제조책 등 15명 구속

입력 2025-07-09 15:11 수정 2025-07-09 15:21

부산지검이 코카인을 국내에서 제조해 해외로 밀수출한 조직을 적발하는 등 마약범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동안 마약 제조·밀수·유통 사범 15명을 구속기소하고, 시가 3000억원에 달하는 마약류를 압수했다.

부산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윤국권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올 상반기 마약류 밀수·제조·유통·투약 사범을 직접 수사해 11명을 구속기소하고, 경찰 송치 사건 중 4명을 추가로 직접 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수사에서는 코카인 600㎏, 대마 9.9㎏, 필로폰 3㎏ 등 총 시가 약 3000억원 상당의 마약류가 압수됐다. 이 중 상당수는 김해국제공항을 통한 여행객 위장 밀수 방식으로 반입됐다. 속옷에 케타민을 숨긴 남녀, 캐리어에 대마를 넣어 입국한 남성 등 이른바 ‘지게꾼’들이 잇따라 검거됐으며, 공범인 수거책·유통책까지 연이어 적발됐다.

검찰은 단순한 밀수 사범 검거에 그치지 않고, 피의자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은닉 좌표’ 132곳을 직접 수색해 67곳에서 마약류를 회수했다. 압수된 마약 일부는 주택 담벼락, 상가 입구, 공동 현관 등 일상 공간에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정원·인터폴과 공조해 국내에서 코카인을 제조하고 호주로 밀수출한 피의자를 2년간 추적한 끝에 지난 2월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 그는 2022년에도 태국발 선박에 필로폰 50㎏을 숨겨 밀수입한 전력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밀반입이 어려워지자, 국내에서 원료를 들여와 제조해 유통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마약 제조사범은 2023년 6명에서 올해 19명으로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국내에서 직접 제조·유통을 시도하는 ‘내부 생산형 조직’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포장지, 지문, DNA 등을 토대로 밀수·제조 조직의 상층부 추적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책, 은닉책, 거래처를 나눈 조직적 운영 방식이 확인된 만큼 연말까지 전국 단위의 추가 수사도 예상된다.

부산지검은 “마약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지역사회까지 침투한 만큼 공급망을 끊는 강력한 단속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도 세관·국정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밀수·제조·유통까지 전방위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