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통신] ‘인스파이어드’, 졌지만 가장 빛났다

입력 2025-07-09 14:16 수정 2025-07-09 17:03
라이엇 게임즈 제공

“인스파는 LCK에서도 통할 걸요.”

서양 리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LCK 관계자들은 ‘인스파이어드’가 LCK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가 LCK 정글러들도 쉽사리 해내지 못했던 비리비리 게이밍(BLG) 킬링에 아주 가까이 다가갔던 것으로 보아 이는 과장이나 과대평가가 아니었던 듯하다.

플라이퀘스트는 8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패자조 2라운드 경기에서 중국 비리비리 게이밍(BLG)에 2대 3으로 석패했다. 이날 패배로 마지막 코인마저 상실해 대회 탈락이 확정됐다.

풀 세트 접전이었던 만큼 양쪽 다 상처투성이가 된 게임이었다. 최종 승자가 된 BLG 역시도 패배한 세트에선 몹시 저조한 경기력을 발휘했다. 특히 정글러 ‘베이촨’ 양 링과 서포터 ‘온’ 러 원쥔은 팀이 간신히 이긴 3세트에서도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오히려 이날 5번의 세트 내내 가장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한 건 패배팀의 정글러 ‘인스파이어드’였다. 그는 팀이 잡은 1·4세트를 혼자 캐리하다시피했다. 1세트 세주아니로, 4세트 트런들로 적극적인 라인 개입과 한타 구도 형성을 해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패배하긴 했으나 3세트에서 뽀삐로 보여준 활약 역시 ‘베이촨’(바이)에 밀리지 않았다. 그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궁극기 수호자의 심판을 써서 한타 구도를 비틀었다. 넥서스 앞에서 팀이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승패가 바뀔 법도 했다.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도 젠지와 풀 세트 접전을 벌인 바 있는 플라이퀘스트다. 다른 서양팀들 어느 하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국제대회 우승 후보들의 숨을 헐떡이게 만드는 이들의 저력은 ‘인스파이어드’로부터 나온다.

그의 넓은 챔피언 폭, 수동적이지 않은 판단과 관성적이지 않은 움직임이 플라이퀘스트를 동양팀들과의 ‘체급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만든다. 월즈 젠지전에 이어 이번 BLG전에서도 그런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둘 다 한 끗 차이, 그래서 더 아쉽다.

밴쿠버=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