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어르신들의 지갑을 노린 ‘떴다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지에서 온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어르신들만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고가물품 구매를 유도하는 등 전형적인 떴다방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당국은 위법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9일 나주시 등에 따르면 나주 원도심에 속칭 떴다방이 나타난 것은 지난 4월쯤이다. 해당 업체는 25년 된 구축 아파트 앞 상가를 임대해 영업을 시작했다. 이 업체는 나주시에 방문판매업, 의료기기판매업으로 등록했다.
문제는 이곳의 영업 행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곳은 주요 고객이 노년층 여성이다. 젊은 여성이나 남성은 아예 출입조차 할 수 없다. 해당 업체는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하루 두 번 손님들을 모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당국도 최근 두 차례에 걸친 현장점검에서 별다른 위법사항을 찾지는 못했다.
나주시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경찰과 최근 두번에 걸쳐 합동점검을 했는데, 뚜렷하게 나타난 불법사항은 없었다”며 “2일부터는 피해접수창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접수된 피해 사례도 아직까지는 없어 행정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배성수 떴다방퇴출 비상대책위원장은 “방문판매업은 관련법상 염가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곳은 시중에서 3만원 하는 제품을 3000원 짜리 쿠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며 “또 방문판매업은 물건 판매시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발행하게 돼 있으나, 계약서를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현금 구매를 유도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했다.
또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녹용 건강기능식품 3개월분을 600만원에 판매 한다면서, 현금으로 구매하면 400만원에 준다고 한다”며 “현금 구매를 유도해 지역 금융권에 현금을 찾는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최길주 나주신협 이사장도 “떴다방 영업 후 현금을 찾으러 오는 어르신들이 눈에 띠게 늘었다. 금액까지 확인하진 못 했지만 체감상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나주를 지역구로 둔 이재태 전남도의원은 “전형적인 떴다방이다. 일단 공연이나 행사 등으로 어르신들을 불러 모아 무료, 저가 상품들을 나눠주면서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오게 한다”면서 “사람이 모이면 속옷세트나 냄비, 건강기능식품 등 고가 상품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반면, 업체 측은 합법적인 영업장을 외지에서 온 업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못 살게 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현금을 내는 분들도 있고 카드로 결제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게 문제가 되느냐”며 “녹용의 경우 자리만 빌려주고 관련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유통 시대에 경기가 다같이 어려운 것을 가지고 (비대위가) 우리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영업을 하려고 온 업체에 당장 나가라는 식이다. 압박이 도를 넘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생각이다”고 밝혔다.
나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