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편지 다음 날 “방위비 더 내라”…관세·안보 연계 ‘원스톱 쇼핑’ 시사

입력 2025-07-09 04:41 수정 2025-07-09 05: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 부르면서 해오던 방위비 인상 주장을 상호관세 통보 다음 날 다시 불쑥 꺼낸 것이다. 막판 무역 협상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노림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관세 관련 질문을 받자 “거의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모든 나라와 적자를 봤다”며 갑자기 주한미군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다. 그리고 거기에 계속 주둔했다. 그건 괜찮다”면서도 “그들은 군사비를 거의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말한 군사비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부터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는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와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해 매년 1조5192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된다.

트럼프는 이어 1기 재임 시절을 거론하며 “내가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내게 했는데, 바이든(전 대통령)이 들어오자마자 그걸 취소했다”며 “사실상 우리는 그들에게 무료로 군사력을 제공하고 있다. 거의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들은 엄청나게 반발했지만 결국 30억 달러에 합의했다”며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받게 됐고. 만족했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말하는 또 다른 주제가 군사 기여”라며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고, 독일에도 4만5000명을 두고 있다. 그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미군 병력 4만5000명은 틀린 수치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8000명 정도다.

트럼프는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그들은 매우 잘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주한미군 규모와 방위비 규모는 사실과 다른 과장된 수치지만, 트럼프는 대선 이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음 달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다음 날, 관세를 언급하는 중에 방위비 문제를 꺼내 든 것은 막판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앞서 관세와 안보 비용을 연계하겠다는 ‘원스톱 쇼핑’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8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뒤 트루스소셜에 한국과의 협상을 대문자로 ‘원스톱 쇼핑’이라고 표현하며 “아름답고 효율적인 절차”라고 했다. 또 무역과 방위비를 묶는 ‘하나의 패키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를 재차 예고했다. 그는 취재진에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다. 큰 것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세율과 부과시점 등에 대해서는 부연하지 않았다. 또 미국에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추가 유예는 없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관세 부과 시점을 다음달 1일이라고 강조하며 “이 날짜는 변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달라진 입장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