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환기를 맞아 ‘보이지 않는 지문’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콘텐츠 불법 복제에 따른 지식재산권 침해와 인공지능(AI) 생성물의 진위 판명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이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기술 수요에 힘입어 국내외 기업들도 독자적인 워터마크 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지난 7일 발표한 ‘디지털콘텐츠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미래 유망 기술 중 하나로 디지털 워터마킹을 선정했다. 디지털 워터마킹이란 영상과 이미지 등에 저작권 정보나 식별자를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넣는 기술이다. 특히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워터마크 삽입과 추출을 자동화하는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의 수요는 가까운 미래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는 지난해 기준 세계 디지털 워터마킹 서비스 시장 규모가 15억 달러(약 2조632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또 꾸준한 성장세로 2033년에는 시장 규모가 45억 달러(약 6조19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디지털 워터마킹은 추출과 검증에 전문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만큼 외부의 공격에 강하다. 전통적인 워터마킹은 생성물에 맨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로고나 텍스트, 그림 등을 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지가 쉽기 때문에 진위 여부 판단이 중요한 콘텐츠에 주로 사용되지만, 워터마크가 있는 부분을 잘라내거나 무료 제거 서비스만 이용해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구글과 아마존, 오픈AI 등과 함께 ‘콘텐츠 출처 및 진위 확인을 위한 연합’(C2PA)에 가입하고 자체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C2PA는 AI 생성물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의 출처와 진실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단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스마트폰 제조사 최초로 C2PA에 합류했고 같은달 열린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S25 시리즈에 ‘콘텐츠 자격증명’을 탑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갤럭시로 생성한 AI 이미지 메타데이터에는 출처 및 편집 이력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삼성전자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C2PA 회원이 된 네이버 역시 디지털 워터마킹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C2PA 가입은 하이퍼클로바X 등 ‘멀티모달 AI’(다양한 데이터 유형의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하는 머신 러닝 모델) 기술의 안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워터마킹 기술은 서비스의 맥락이나 형태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