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남선생’ 류수영 “한식 세계화에 ‘잘 닦은 길’ 역할 하고파”

입력 2025-07-08 17:07
배우 류수영이 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리를 공부하면서 ‘섞이지 않는 음식은 사라진다’는 걸 배웠다. 한식이 살아남으려면 여러 문화가 가진 장점을 융합하고 조리법도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 식문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데 비록 좁더라도 잘 닦은 길 역할을 하고 싶다.”

배우 류수영이 8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열린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요리를 취미로 즐기던 그는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출연 이후 본명인 어남선과 선생을 결합한 ‘어남선생’으로 불리며 예능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SBS ‘정글밥’, JTBC ‘길바닥 밥장사’ 등의 예능에서 전문가 못잖은 요리 실력을 보여주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가 아끼던 레시피를 담아 출간한 요리책은 지난달 25일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출간 이튿날 재쇄에 들어가며 큰 호응을 받았다. 교보문고, 예스24 등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라 있다.


류수영은 “책이 잘 안 나가면 속상할 것 같아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첫날부터 좋은 반응이 이어져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몇 년간 준비하면서도 감히 요리책을 내는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보잘 것 없지만 처음 요리를 접하는 분들이 책을 펴고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 실린 79가지 레시피에 대해 “고급 요리는 없다. 특별한 비법 없이도 조리법만 지키면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담았다”며 “최대한 깎고, 빼고, 다듬어 많은 분들에게 ‘요리는 어려운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취를 시작하거나 결혼해 처음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들, 집밥이 익숙한 세대를 고려했다. 그는 “나보다 한 세대 아래는 배달 음식에 익숙하고 끼니가 꼭 밥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나보다 조금 더 위에는 ‘집밥’이 필요한 세대가 있고, 또 하루에 한 끼는 꼭 밥과 국을 먹어야 든든함을 느끼는 세대가 있다”며 “그런 분들은 소위 ‘킥’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는 아예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조리법이 간단해야 한다. 댓글 중에 ‘칠십 평생 처음으로 요리책을 샀다. 고맙다’는 말이 참 감사했다”고 전했다.


요리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한식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식 세계화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류수영은 “감사하게도 지난해부터 해외에 한식을 소개할 일이 많았다”면서 “스페인 카디스에서 일주일 내내 요리해 주민 1000명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페루에선 알파카로 주민들에게 갈비찜을 요리해 드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음식은 기름지지 않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동아시아 음식 중 세계화하기에 가장 좋다. 나물을 삶아 먹는 문화는 건강에도 좋다. 채소를 가장 잘 다루는 민족이라고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에 있는 레시피 가운데 한식에 관심있는 외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식으로 ‘만원갈비찜’을 꼽았다. 돼지갈비와 케첩, 청양고추 등을 넣어 만드는 ‘단짠’ 갈비찜이다.

류수영은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내한했을 때 돼지갈비찜을 해줬는데 아주 맛있게 먹었다. 미국에서 한국어 캠프에 요리하러 갔을 때도 현지 어린이들이 갈비찜과 함께 밥 한 솥을 다 먹었다”며 “할리우드 배우부터 아이들까지 잘 먹었던 ‘확신의 메뉴’”라고 강조했다.


요리는 류수영에게 연기와는 또 다른 기쁨과 치유를 준다. 그는 “연기는 나를 흥분시키고 심장이 빨리 뛰게 만드는 강렬함을 준다. 요리는 뜨거움보단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내게 다가오게 만들어준다”면서 “지금은 요리를 취미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으로서 어쩌면 배우보다도 더 쓸모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음 요리책도 예고했다. 류수영은 “이 책에 담지 못한 레시피가 200개가 넘는다. 거기에 더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며 “늘 밥솥에 밥이 있는 집들이 있다. 국은 얼려뒀다 먹으면 되니까 반찬만 있으면 한 끼가 구성된다. 반찬 레시피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