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67) 선교사는 브라질 인디언순복음교회 은퇴목사로 40년째 인디오 마을을 다니며 복음을 전한다. 김 선교사는 9살 때 파라과이로 이민 온 한인 1.5세다. 그의 SUV 트렁크엔 야전 침대와 모기장 텐트, 캠핑 의자가 실려 있다. 브라질 중서부 캄푸그란데를 거점으로 인근 인디오 마을을 순회하는 게 그의 주된 사역이다.
2020년부터는 미국계 오순절 교단과 팀을 이뤄 모터보트를 타고 며칠씩 아마존 북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인디오 마을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다. 멀고도 먼 길, 발전기를 돌려야 겨우 전기를 쓰고 야전 침대 위에서 자야 하는 고된 사역이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100개의 인디오 교회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최근 김 선교사와 함께 캄푸그란데 외곽 레칸토 마을로 향했다. 길은 미로 같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는 범퍼카처럼 흔들렸다. 김 선교사는 “길은 몸이 기억한다”며 네비게이션 없이 2시간을 달렸다.
레칸토 마을엔 120가구가 산다. 근처 5개 마을까지 합하면 6000여 명이 이 교회 영향권에 있다. 인디오들은 닭을 키우고 쌀 같은 주식인 만주오카를 심어 자급자족한다.
물론 상·하수도 시설도 있고 정부가 세금도 받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최악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선교사는 “인디오 젊은이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일자리가 없어서다. “브라질에서 성공한 인디오의 수는 여전히 적고 도시로 나가도 전문직보다는 대부분 일차산업 종사자에 머물러요.”
그는 그래도 희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속도가 더디지만, 인디오 사회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교회가 있어요. 140년 전 누군가 우리에게 심었던 복음의 씨앗이 자라 지금 아마존 강줄기를 따라 다시 심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페르난도 다시우바(61) 레칸토순복음교회 목사는 “복음이 우리를 바꿨다”며 “술 마시고 욕하던 입술에서 이제는 기도가 나오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선교사들이 이 땅에 심은 복음이 자랐고 다시 복음의 씨앗이 전 세계로 파종되고 있다. 이 말이 지니는 의미를 우리나라에서 직선거리로 1만6346㎞ 떨어진 아마존 밀림에서 깨달았다. 지구 반대편, 오지 마을에서 만난 한국인 선교사도 반세기 전 바람결에 날아간 복음의 민들레 홀씨와도 같아 보였다.
캄푸그란데(브라질)=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