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가 최고?” 부산 기독교, 올바른 역사 해설사 양성 나섰다

입력 2025-07-08 16:35
부산기독교문화역사연구회는 8일 부산 동래중앙교회 비전센터에서 제1기 심화과정과 2기 기초과정을 받았다. 박수웅(오른쪽 두 번째) 회장과 회원들이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을 관람 중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기독교문화역사연구회(회장 박수웅 목사)가 지역 교계의 140년 역사를 올바로 보존하고 이를 다음세대에 전하기 위한 ‘기독교 문화 역사 해설사’ 양성에 나섰다. 연구회는 지난 8일 동래중앙교회(정대훈 목사)에서 제1기 심화과정과 2기 기초과정 6주차 교육을 진행했다. 자부심을 내세우기보다 사실에 근거해 역사를 보존하고 전달하는 전문 해설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독교 문화유산 해설사는 왜 필요할까. 류지아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 학예사는 “해설사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유산이 지닌 고유의 매력과 역사적 의미를 방문객들이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설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로 ‘객관성과 보존 우선주의’를 꼽았다. 류 학예사는 “해설사는 특정 분야를 깊이 공부해 전문성을 갖추되 ‘우리 교회가 최고, 최초’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확한 1차 자료를 통해 출처를 확인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보다 보존을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지아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 학예사는 8일 동래중앙교회에서 열린 ‘기독교 문화 역사 해설사’ 제1기 심화과정과 2기 기초과정에서 ‘문화유산의 관리와 보존’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이어 “‘문화유산 해설사’는 그 문화유산이 최고인지 최초인지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각각의 문화유산이 가진 매력과 그 역사의 의미를 밝히고 이를 관람객에게 알려줘 감동을 받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우리 교회가 최고다’가 되면 안 된다. 바르게 역사를 보존하는 역할을 해주는 게 해설사이고 그런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설사 양성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심화 과정에 참여 중인 박천일(67) 장로는 “140년이라는 기독교 선교 역사가 흘렀지만 우리 후손들이 기독교 역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모여 부산기독교문화역사연구회를 창설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장로는 “부산에 100년 넘은 교회가 24곳이나 되지만 역사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유산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를 보존하고 방문객들에게 해설사로서 안내하며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이 역사를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했다.

부산기독교문화역사연구회 회원들이 8일 동래중앙교회 비전센터에 있는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을 관람하며 류지아 학예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해설사 교육과 활동의 중심에는 동래중앙교회 비전센터 내에 자리한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이 있다. 김은수(78) 관장은 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 박물관은 약 6000점의 기독교 역사 자료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2009년 개관해 2015년 부산시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됐습니다. 운영비는 교회가, 전시 경비는 부산시 지원금으로 충당하며 지역 사회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초로 한글 완역된 공인역 구약성서(오른쪽). 1911년 총 2만 부가 발행됐다. 사진 왼쪽은 1911년 발행한 국한문 신약전서. 성서번역자회에서 번역해 대영성서공회에서 발행했다.

이날 교육을 마친 참석자들은 박물관을 함께 관람하며 기독교 유물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이들을 이끄는 박수웅 회장은 연구회의 역할과 미래 전망을 제시하며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회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모임을 넘어 전문성을 갖춘 해설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부산 지역 곳곳에 흩어진 기독교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 세대에게 신앙 유산을 온전히 물려주는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