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대숲에 터를 잡은 왜가리의 번식 과정이 관찰됐다.
울산시는 태화강 삼호철새공원 대나무숲에 설치된 관찰카메라를 통해 둥지를 튼 왜가리의 번식 전 과정을 촬영했다고 8일 밝혔다.
2016년 관찰카메라를 설치한 이후 교미부터 산란, 부화, 새끼의 이소(離巢·둥지를 떠남)까지 모든 장면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첫 관찰은 올해 3월 20일 알 두 개가 있는 둥지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에 수컷이 내려앉는 순간 둥지가 기울며 알들이 떨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다음 날인 지난 3월 21일에는 암컷 왜가리가 1개의 알을 낳다. 이어 27일 두 번째 알을 낳는 장면이 관찰됐다. 29일에는 세 번째 알을 낳아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기 시작했다.
알을 품은 지 28일 만인 4월 17일, 첫 번째 알을 깨고 새끼가 나왔다. 이후 22일과 24일 두 번째, 세 번째 알들이 각각 부화했다. 이후 부화한 새끼 왜가리 세 마리 중 하나인 세 번째 왜가리가 5월 13일 형제 왜가리들에게 밀려 둥지 밖으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됐다. 부화한 지 20일 만이었다.
남은 두 마리 새끼 왜가리에게도 생사를 오가는 시련이 있었다. 왜가리의 둥지를 강탈하기 위한 중대백로의 공격으로 새끼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떨어진 새끼가 힘겹게 날아올라 둥지로 돌아왔다.
새끼가 둥지는 떠나는 이소(離巢)는 6월에서야 시작됐다. 첫째 왜가리 새끼는 부화 후 56일째 되던 6월 12일 둥지를 떠났다. 두 번째는 부화 후 55일째인 16일이었다.
둥지가 비게 되자 뒤를 이어 중백로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왜가리(학명 Ardea cinerea)는 왜가리과 중 가장 큰 종으로 태화강 대숲을 찾는 백로류 중 가장 큰 새다. 몸길이 90~100cm로 중대백로보다 크고 대백로보다 작다. 2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3∼5개 알을 낳고 25~28일 동안 품은 뒤 부화한다. 암수가 교대로 기르는데 50~55일 이후 이소한다고 기록돼 있으나 이번 관찰에는 이 기간을 넘겨 둥지를 떠났다.
한편, 울산시는 태화강을 찾아와 번식하는 다른 백로류들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태화강 대숲에는 7종의 백로류(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들이 찾아와 번식하고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