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서 군함도 논의 무산…표대결 패배

입력 2025-07-07 20:02 수정 2025-07-07 20:52
군함도. 뉴시스

일본이 일제 강제동원 현장인 하시마(군함도) 탄광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유네스코에서 따지려던 정부의 시도가 무산됐다. 한국은 이 문제를 유네스코에서 정식 의제로 다룰지를 놓고 일본과 초유의 투표전까지 벌였지만 패배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메이지 산업유산 관련 후속조치 이행 상황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관련 안건을 정식 의제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위원회가 아닌 한일 간 양자 협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해당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후 한국 측에서 일본 측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표결을 요청했지만 부결됐다. 표결은 21개 위원국을 대상으로 비밀투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일본의 수정안은 찬성 7표, 반대 3표로 통과됐다. 나머지 위원국들은 기권하거나 무효 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군함도 문제는 유네스코 차원에서 다시 논의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회의 기간은 물론, 향후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이 안건을 다루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가사키시에서 배로 40분 거리인 하시마의 별칭인 군함도는 일본이 지난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린 산업혁명유산의 하나다. 일본 정부는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공개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오히려 조선인 징용·위안부와 관련해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대표단은 토의 과정에서 일본이 근대산업시설 관련해 스스로 한 약속과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의제 채택에 필요한 표가 확보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도 양자 및 다자차원에서 일본이 세계유산위의 관련 결정과 스스로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지속 요구해 나갈 것이다”라며 “정부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 나가면서도 일측과 상호 신뢰 하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