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주요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내려간 대출 금리의 덕을 본 이들은 대부분 고신용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에게는 여전히 너무 높았던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 때문이다.
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5월 기준 일반신용대출 신용대출액 평균금리는 4.57%로 1년 전(5.47%) 대비 0.9% 포인트 내렸다. 서민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하고 집계한 평균금리 역시 같은 기간 5.0%에서 4.22%로 0.78% 포인트 내렸다.
이는 해당 기간 한은이 3차례에 걸쳐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된 수치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0.25% 포인트씩 금리 인하를 결정해 3.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2월 말 2.75%까지 내렸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고스란히 일선 차주에게 전달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대출 금리 인하로 혜택을 본 계층은 대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 기준 801점 이상의 고신용자·준고신용자였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신용점수별 금리는 801~850점(1.02% 포인트) 구간의 인하 폭이 가장 컸다. 반면 600점 이하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는 9.57%에서 9.42%로 단 0.15% 포인트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최근 제1금융권의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사실상 고신용자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5월 925.4점에서 지난 5월 935점으로 높아졌다. 실제 진행된 대출 내역을 보더라도 5%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고신용자의 비중이 은행별로 72.4~87.7%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고신용자들만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의 덕을 보는 이 같은 상황은 중소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3~5월 5.13%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0.53% 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1~3등급 차주의 평균 금리가 4.37%에서 3.86%로 내리는 사이 7~10등급 차주의 평균 금리는 9.96%에서 10.13%로 오히려 오른 모습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대출 총량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금리는 높아도 심사는 까다롭지 않은 제2·3금융권으로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저축은행들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은행별로 11.52~19.49%에 달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