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4년차’ 박혜준(22·두산건설 We‘ve)은 미완의 대기로 통한다.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6학년 때 남태평양 피지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골프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피지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 년만에 짐을 꾸려 아빠와 함께 호주 골드코스트로 이주했다. 그러면서 호주 골프 유학시절이 시작됐다. 호주에서 36개 대회에 출전해 10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톱10’에 입상하지 못한 것이 4차례였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LPGA투어 진출 뜻은 일단 접었다. 그리고 만18세가 되면서 KLPGA투어서 활동하기로 마음 먹고 귀국했다. 3부인 점프 투어 시드전 예선부터 시작해 1부 투어 출전권이 걸린 시드전 본선을 통과하기까지 6개월밖에 안 걸렸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1부 투어 시드전에서는 당당히 3위로 합격해 2022시즌 대망의 KL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랬던 박혜준이 KLPGA투어 73번째 출전 대회에서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박혜준은 6일 인천 서구 청라 베어즈베스트GC(파72·6684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5회 롯데오픈(총상금 12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1개에 버디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박혜준은 노승희(24·요진건설)의 추격을 1타 차 2위(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따돌리고 챔피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서 생애 첫 승은 통산 4번째다.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을 획득한 박혜준은 지난주 36위였던 상금 순위를 13위, 대상 포인트는 80점을 보태 49위에서 22위로 올라섰다. 이날 시상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해 박혜준에게 롯데타워 모형 우승 트로피를 수여했다. 신 회장이 이 대회에 참석한 것은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지만 챔피언에게 트로피를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창단 3주년 맞은 두산건설 We‘ve골프단이 KLPGA투어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혜준은 총 7명으로 구성된 두산건설 We‘ve골프단에 올해 합류했다.
박혜준은 데뷔 첫 해에 상금 순위 71위에 그쳐 시드를 잃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20223년 드림투어 상금 순위 8위로 작년 KLPGA투어에 재진입에 성공했다. 작년에 5차례 ‘톱10’ 입상으로 상금 순위 27위로 시즌을 마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생애 첫 우승으로 2년간 시드를 확보하게 되므로써 안정된 투어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박혜준에게 그동안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다. 특히 작년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 황유민(22·롯데)에 1타 모자라 2위에 입상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박혜준은 생애 첫 승 부담 때문인지 초반에 샷이 흔들렸다. 1번(파4)과 3번 홀(파3)에서 각각 4m와 3.5m 가량의 파퍼트를 성공시켜 위기에서 벗어났다.
기세가 오른 박혜준은 4번과 5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2위권과의 타수를 5타 차이로 벌렸다. 박혜준이 타수를 더 이상 줄이지 못하는 사이 이다연이 전반에 2타를 줄인데 이어 후반 들어 13번(파4)과 14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3타 차이로 타수를 좁혔다.
16번 홀(파4)에서 3.5m 가량의 파퍼트를 놓치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17번 홀(파3)에서 파로 마무리하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 승리를 거뒀다.
박혜준은 “힘든 경기였는데 우승해 정말 행복하다. 앞만 보고 갔다. 부담 없이 재미있게 플레이하려고 했다”라며 “퍼터가 안들어가 힘들었다. 17번 홀 파퍼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더 집중해서 했다. 올해 목표 2승으로 잡았다. 나머지 1승을 기다리면서 남은 시즌 차분히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반에 3타를 잃었던 노승희도 후반 들어 버디 4개를 골라 잡아 다시 공동 2위로 올라섰으나 1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1승이 있는 노승희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을 잡았으나 1타 차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2023년도 대회 우승자 이다연(28·이상 메디)과 배소현(32·이상 메디힐)은 나란히 5타를 줄여 공동 3위(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쳤다.
올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이동은(20·SBI저축은행)과 방신실(20·KB금융그룹), ‘루키’ 서교림(19·삼천리)은 공동 5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에 입상했다. 이동은은 대상 포인트 2위로 올라섰다.
청라(인천)=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