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단장 김태영 목사)이 지난 3월 발생한 영남 지역 산불 피해자들을 위한 구호와 복구 사역에 이어 마음 치유까지 나섰다. 한교봉은 산불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목회자와 사모를 위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지역 교회 역사와 주민의 인생 여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6일 한교봉에 따르면 최근 경북 경주 성호리조트에서 열린 ‘트라우마 심리 치유 및 목회 후원 워크숍’에는 53개 교회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트라우마 심리치료 권위자인 권수영 연세대 교수가 강의를 맡았으며 심리 지원 전문가 13명이 조별 모임을 진행했다. 김종혁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과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각각 설교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은 “교회와 사택이 불탈 때 그 어떤 귀중품보다 교회 역사책과 주보를 먼저 챙긴 목사님, 또 목사님이 설교할 때 입을 양복 한 벌만 간신히 가져온 사모님 등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가운데서도 교회를 먼저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면서 “교인들을 위로하느라 정작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계속 안고 있는 목사님과 사모님들을 회복시키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박경하(70) 경북 청송 율목교회 목사는 “아직도 새카맣게 타 있는 마을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면서 “내 이야기를 마음껏 터놓고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응원을 받고 돌아와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교봉은 다도움컴퍼니(대표 최충만 목사)와 손잡고 ‘사라지는 교회, 기록된 신앙-인생화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산불 피해 교회를 중심으로 피해 교인과 주민들의 인생을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불타버린 교회와 주민들의 역사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교회와 주민 사이 접촉점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총 300명의 인생화원을 꾸미는 것을 목표로 신청을 받고 있다.
최충만 대표는 “이번 사역은 산불 피해자들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의 모습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교회 홈페이지에 영상을 모아 올릴 예정인데 교인과 주민이 살아계실 때는 신앙 기념관이 되고 돌아가신 후에는 모바일 부고장을 통해 지인들에게 전달돼 복음까지 전파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