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왕에게 밴쿠버는 통치하기 힘든, 척박한 땅일까.
G2 e스포츠는 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리는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패자조 경기에서 플라이퀘스트와 대결한다. 승리하면 패자조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지만, 패배 시에는 탈락이 확정된다.
유럽의 왕에게 밴쿠버는 춥고 불편한 오지이자 험지인 듯하다. G2는 이번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플레이-인부터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퓨리아와 GAM e스포츠에 3대 2 신승을 거뒀다. 비리비리 게이밍(BLG) 상대로는 0대 3의 완패를 당했다. 브래킷 첫 경기에서도 젠지에 1대 3으로 지면서 패자조로 향했다.
팀 전력의 약화가 고전의 첫 번째 원인으로 보인다. G2는 지난 오프시즌에 ‘야이크’ 마르틴 순델린, ‘미키엑스’ 미하엘 메흘레와 작별했다. 두 선수는 팀 운영의 주축인 정글러와 서포터였다. G2는 상대적으로 큰 무대 경험이 적은 ‘스큐몬드’ 뤼디 세망, ‘라브로브’ 라브로스 파푸차키스로 그들의 빈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올해 LEC 스플릿 1(윈터)과 스플릿 2(스프링) 모두 우승을 놓쳤다.
물론 딜런 팔코 감독은 두 이적생의 빠른 국제무대 적응을 자신한다. 그는 지난 2일 젠지전 직후 국민일보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스큐몬드’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다. 습득력이 좋아 해외팀들과 스크림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 ‘라브로브’ 역시 월즈 참가 경력이 있는 선수”라면서 “앞으로 나아질 여지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G2의 두 번째 고심거리는 탑라이너 ‘브로큰블레이드’ 세르겐 첼리크의 길어지는 부진이다. 그는 동양권 탑라이너들을 상대로 라인전 단계부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름의 강점과 자신만의 무기를 가진 선수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단점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G2와 탈락이 걸린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플라이퀘스트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다. ‘브위포’ 가브리엘 라우도 애니원스 레전드(AL)전에서 모데카이저·초가스·쉔 등 조커 픽을 꺼내 ‘플랑드레’ 리 쉬안쥔을 상대로 ‘구도 비틀기’를 시도했으나 연속 참패를 당했다.
결국, ‘캡스’가 해줘야 한다
늘 그렇듯, 올해도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의 양어깨에 많은 것이 달렸다. 유럽의 구세주이자 구원자인 G2의 미드라이너는 밴쿠버에서도 유일하게 견고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지난 젠지전에서는 ‘쵸비’ 정지훈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이는 팀의 패배로 직결됐다.
패자조 시리즈의 향방 역시 ‘쿼드’ 송수형을 상대로 ‘캡스’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창출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 카드는 트위스티드 페이트. ‘캡스’는 이번 대회에서 트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지만 3전 전패를 당했다. 송수형도 마찬가지로 AL전에서 트페를 꺼냈다가 졌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