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농민단체 만나 “송미령 불신 거둬달라” 설득 나서

입력 2025-07-04 16:40
4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 중인 농민단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임명장을 받은 뒤 첫 일정으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들과 만났다. 통합 차원에서 전 정부 각료를 유임시켰지만 각을 세웠던 농민들이 반발하자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다. 내각 총사령탑으로서 농심(農心)을 달래고, 이재명정부의 인선 논란을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곧장 대통령실 맞은편의 전쟁기념관 앞 보도에서 농성 중인 농민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이들 단체는 농민 생존권 보장에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을 ‘농망4법’(농업을 망치는 4개 법)이라고 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을 반대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송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 총리는 약 1시간동안 농민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들으며 송 장관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00% (농민들의) 마음에 공감이 된다”며 “문제 제기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직은 불신하지 말아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 총리는 “대통령이 식량 주권, 식량에 대한 안보, 농업 주권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며 “또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농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장관도 아마 유임 선택을 본인이 받아들이고 결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입장에 처한 장관이라면 저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왜 나오는가 이해하고,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송 장관을) 뵙게 되면 거취 문제와 상관없이 (이런) 말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또 “(대통령이) 유임을 한둘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은 누구를 해도 쉽지 않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정부가 특별히 잘한 분야가 거의 없어서 아마 어떤 분야 (장관)를 선택했어도 비판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과정에서 (송 장관의) 관여 정도가 덜한 것 아니냐는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전 정부 각료의 유임이 필요했고, 송 장관이 가장 적격으로 판단했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리는 이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김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헌법기관인 국회를 민주주의의 맏형처럼 존중하겠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