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혼부부 대상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앞으로 매년 4000호 이상 확대 공급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5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은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과 ‘살기좋은도시만들기센터’ 주최로 격년마다 열리는 국제회의다. 서울시는 2023년 이 회의를 개최했고, 2018년에는 도시행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2일부터 이틀간 빈 시청사에서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도시-지역 중심 해법에서 시작되는 글로벌 영향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오 시장은 주택공급 정책 세션의 첫 연사로 초청됐다.
60여개 도시 시장 앞에 선 오 시장은 ‘삶의 질을 높이는 서울의 임대주택 혁신’을 주제로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알렸다. 그는 시장으로 재임하던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 모델 ‘시프트’의 성공을 언급, ‘장기전세주택2’ 버전인 미리내집을 소개했다.
시프트는 중산층을 위한 장기 안정형 임대주택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도 주변 시세의 50~80% 이하로 굉장히 저렴하다. 이 정책은 2010년 유엔해비타트 특별상을 받았고,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임대주택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미리내집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서울시의 대표적인 신혼부부 주택정책으로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을 신혼부부에 특화한 버전 2의 개념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을 최장 20년까지 연장해 준다. 2자녀 이상 출산 가구에 대해선 시세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해당 주택을 매수 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파격적으로 제공한다.
오 시장은 “앞서 시프트라는 장기전세주택 모델을 운영한 결과 자녀 수와 입주 후 출생한 자녀 수가 기존 공공 임대주택보다 더 많았다”며 “한국의 미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 불안정을 꼽고 있는데, 미리내집을 앞으로 매년 4000호 이상으로 공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 시장은 “서울은 땅이 좁고,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축에 그치지 않고, 노후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거나 민간 주택을 임차해 공급하는 방식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며 “임대주택의 양적 확대를 넘어 품격 있는 주거로 공급되도록 품질 또한 함께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운영 중인 공공임대주택 43만3천 가구 중 약 70%가 이런 방식으로 확보된 주택”이라며 “계속 공급을 늘려온 결과 2010년 5.3% 수준이던 공공 임대주택 비율이 2024년에는 11.2%까지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시장은 강연 끝 무렵 9월 말 서울에서 개최하는 ‘세계대도시협의회 창립 40주년 기념 총회’와 ‘스마트라이프위크(SLW) 2025’에 세계도시 시장들을 초청했다.
이번 세계대도시협의회 총회는 9월29일부터 3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반부패·청렴, 포용도시 등 우수정책의 성과를 공유하고 더 나은 시민의 삶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코엑스(COEX)에서는 ‘약자와 동행하는 AI’를 주제로 ‘사람 중심의 최첨단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 라이프 위크(SLW)’가 열린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