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은 4일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을 열고 “국민에게 변명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야 한다”며 강도 높은 자성과 개혁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수년간 지켜보았던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조사단’에 조사를 받으러 처음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며 늦겨울 한기에 마음이 시리고 발걸음이 무거웠다”며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드는 이때 더욱 시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은 정의와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라며 “더러 맞고 더러 틀리는 저울 역시 믿을 수 없기에 쓸모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며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역대 동부지검장들의 취임사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퇴임사를 언급하며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았겠냐”며 날을 세웠다. 그는 “대개의 검찰 구성원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되었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조직 내부를 향한 반성도 촉구했다. 임 지검장은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다”며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다. 우리 모두 잘못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 ‘잘한 게 더 많다’는 변명이 아니라, 한결같은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변명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청사로 처음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그동안 해온 봐주기 수사와 거짓말에 대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선에서 얼마 전까지 일한 입장으로서는 대전지검만 해도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민주당 정부를 향한 표적 수사가 수년 동안 지속돼 일선에서는 장기 미제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며 “인지수사보다는 주어진 사건에 대해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