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지난 몇 년간 스위스 외교관과 군인 등이 잇따라 의문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스위스 공영방송 SRF와 RTS 보도를 인용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실비 브루너 스위스 외교관은 2021년 5월 테헤란 자택 17층 발코니에서 추락해 숨졌다. 스위스 본국에서 실시한 부검 결과 주요 장기 일부가 적출돼 정확한 사인 규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엔 자살 가능성과 함께 타인 개입 가능성도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한 이란혁명수비대(IRGC) 전직 장교는 IRGC 감시 작전 실패 뒤 브루너가 발코니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3년 6월에는 스위스 군 소속 무관(외교관으로 파견된 군인)이 테헤란의 한 호텔에서 갑작스레 쓰러져 귀국 후 몇 달 만에 사망했다. 이란 당국은 자연사라고 발표했지만 SRF는 그가 민감한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같은해 9월에는 스위스 대사관 현지 직원이 출근 중 흉기와 총격을 동시에 받아 사망했다. 이란 경찰은 강도 사건이라 주장했지만 엄격한 테헤란 보안 수준과 맞지 않는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1월에는 스위스 국적 관광객이 간첩 혐의로 수감돼 있던 이란 셈난 지역 교도소에서 숨졌다. 이란 당국은 독방에 남아 있던 틈을 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지만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위스는 미국과 단교한 이란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교창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국 외교관들이 IRGC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연방정보국(FIS)은 최근 발표한 ‘2025 안보 보고서’에서 이란을 러시아·중국·북한과 함께 자국을 상대로 정보활동을 강화한 국가로 지목하며 스위스 요원들이 적대적 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