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 선천적 장애 완화하고 1인자 등극한 옥태훈 “목표인 시즌 3승 향해 달리겠다”

입력 2025-07-04 06:00 수정 2025-07-04 06:00
올 시즌 2승을 거둬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상금, 평균타수 등 주요 개인상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옥태훈이 왼손 주먹을 불끈 쥔 채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KPGA

“처음 밝히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골반이 전환되지 않는 장애가 있다.”

지난달 29일 전북 군산시 군산CC 토너먼트 코스에서 막을 내린 KPGA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한 옥태훈(27·금강주택)은 대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커밍아웃을 했다.

그로부터 불과 1주일 전,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지만, 당시 우승자 인터뷰에서 옥태훈은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자신의 장애를 언급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윙 이후 피니시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지는 원인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옥태훈은 “골반이 정상인보다 많이 말려 있다. 처음엔 몰랐다. 양반 다리가 안 되면서 알게 됐다”며 “그 때문에 피니시가 잘 안 넘어간다. 궁여지책으로 펀치샷처럼 스윙을 하게 돼 마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것은 옥태훈이 해외 투어 진출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몸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간혹 아시안투어 등 해외 대회에 출전할 때는 불가피하게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지출되는 막대한 비용이다.

이유는 또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홀어머니다. 옥태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런 어머니가 최근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건강이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두고 해외로 나갈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옥태훈은 “아직은 해외투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안 세워봤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안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했다.

2018년에 KPGA투어에 데뷔한 옥태훈은 2022년에 제주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에서 우승이 있긴 했지만 지난 6년간은 올해와는 확연히 다른 경기력이었다. 그는 그 원인을 ‘멘털’에서 찾았다.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막을 내린 KPGA선수권대회에서 KPGA투어 데뷔 첫 승을 거둔 옥태훈. KPGA

옥태훈은 “골프는 멘털 게임이라고 하는데 그걸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전까지는 경기가 안 풀리면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골프는 항상 끝나면 후회한다’고 하는데 경기가 끝나고 복기해보면 욱하는 감정이나 실수했을 때 표정 변화 등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부분을 줄이다 보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난 연습량도 2주 연속 우승의 원동력이다. 그는 타고난 재능만 믿고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습보다는 노는 걸 좋아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옥태훈은 “정말 많이 연습한다.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 골퍼다. 연습장 불이 꺼질 때까지 연습한다”고 했다.

옥태훈에게는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은인들이 많다. 우선 스윙 코치 겸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김종필 프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나 2년 전 염동훈 프로에게 보낼 때까지 옥태훈을 지도했다. 거기다가 아들 규태씨까지 퍼팅 인스트럭터로 합류했다. 한 마디로 2대에 걸쳐 옥태훈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옥태훈은 “프로님은 내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프로님의 권유로 지금은 염동훈 프로의 지도를 받고 있지만 힘들고 지칠 때면 습관적으로 프로님을 찾게 된다”고 했다.

김 프로는 아들 같은 옥태훈의 경기가 있을 때는 예외 없이 대회장을 찾곤 한다. 현재는 큰 틀의 스윙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쇼트 게임만 봐주고 있다. 대회장에서 만나도 묻기 전에는 스윙에 대한 조언을 일절 하지 않는다.

자신과 김 프로를 만나게 해준 선친의 절친 솔라고CC 박경재 회장,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에 입문해 2년간 지도해준 정행규 프로도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이다.

6년여간 동계 전지훈련을 함께 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준 문경준(42·NH농협), 김봉섭(42), 최이삭(44) 등 선배 프로들에 대한 고마움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옥태훈은 감각과 눈썰미가 워낙 좋아서인지 동계 전훈서 선배들의 샷을 보며 자신에게 부족한 부문을 많이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전북 군산시 군산CC 토너먼트 코스에서 끝난 KPGA투어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한 옥태훈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그는 “말썽꾸러기였던 나를 때로는 엄하게 꾸짖으며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배님들”이라며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존경한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KPGA투어는 군산CC 오픈을 마치고 2개월여 기나긴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옥태훈은 “현재 몸 상태가 안 좋다. 그 기간에 몸 관리 잘하고 샷도 좀 보완하겠다”며 “준비를 잘해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시즌 초반 밝혔던 3승 목표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옥태훈은 “올 시즌 최종 목표인 3승은 포기할 수 없는 도전 과제”라며 “우선은 하반기에 출전하는 모든 대회 컷 통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옥태훈은 컷 통과를 목표로 했던 대회서 모두 우승했던 터라 그 귀추가 주목된다.

KPGA투어 하반기 일정은 내달 28일 경기도 광주시 강남300CC에서 개막하는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을 시작으로 재개된다.

만약 이 대회에서도 옥태훈이 우승하면 최상호(1991년 매경오픈, 캠브리지멤버스오픈, 일간스포츠포카리오픈)와 최광수(2000년 현대모터 마스터즈, 포카리스웨트오픈, 부경오픈)에 이어 KPGA 코리안투어 통산 3번째 3개 대회 연속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