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퇴임 후 이례적 발언…“내 성과들이 무너지고 있다”

입력 2025-07-03 15:47 수정 2025-07-03 16:04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 AP뉴시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이뤘던 주요 업적들이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의 여러 정치 지도자들이 그에게 자문을 구해온 사실도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주최한 행사에서 1시간 넘게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지난 5월 말기 암 판정을 공개한 이후 가장 긴 공개 발언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재임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후퇴할 경우 발생할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NATO를 크게 강화했다. 지금도 여러 유럽 지도자들이 제게 연락해 참여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 조언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NATO의 집단 방위체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 왔다. 특히 유럽이 공평하게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비판적이었다. 다만 지난달 열린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는 데 합의하자 “더 이상 바가지(not a rip-off)가 아니다. 미국, 유럽, 그리고 서구 문명의 기념비적 승리”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이같은 바이든의 발언에 백악관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도 약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NATO 동맹국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5%의 국방비 지출을 약속했다. 또 이란의 핵 능력은 제거됐으며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82세인 바이든은 정치적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내가 했던 일에 정말로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모두 나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해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열심히 바꾸려 했던 많은 것들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밖에도 바이든은 아무리 힘든 직장환경 속에서도 가족을 우선시하고 아픔과 상실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바이든은 말기 전립선암임을 공개했다.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0% 미만이다.

SHRM 회장 조니 C.테일러 주니어 바이든의 연설이 끝난 후 “가장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바이든은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