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덮어쓴 수박… 마른 장마·폭염에 제주 농가도 비상

입력 2025-07-03 15:23 수정 2025-07-09 19:49
3일 수박 주산지인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한 수박 밭에 신문지로 수박이 타지 않도록 햇빛을 가려 놓은 모습. 문정임 기자

일찍 찾아온 강력한 폭염과 마른 장마로 제주지역 농가가 비상이다.

3일 제주농업기술원과 여러 농가에 따르면 최근 지속되는 폭염, 열대야, 강수량 저조로 제주에선 콩, 수박 등 주요 작물의 생육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콩은 이 시기 파종해 9월에 수확하는데, 최근 비가 적어 발아율이 떨어지고 생장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콩은 대개 중산간 지역의 넓은 밭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관수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도 농기원 관계자는 “애월 등 서부는 6월 20일, 동부는 7월 10일부터 파종하는데 파종 직후는 물론 파종을 계획 중인 경우에도 토양이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어야 발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콩 재배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지역 장마는 예년보다 7일 빠른 6월 12일 시작됐다. 하지만 6월 24일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누적 강수량이 전년 대비 1150㎜, 평년 대비 247㎜ 적은 상황이다.

3일 기상청은 제주도 장마가 지난달 26일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제주의 올해 장마기간은 15일로, 1994년과 함께 역대 두 번째로 짧다. 6월에 제주도 장마가 끝난 건 기상 관측 사상 처음이다.

폭염(6월 28일)과 열대야(6월 29일 서귀포)의 출현 시기도 예년보다 1주일 가량 빨라 토양 수분 부족 현상이 가중되는 가운데 7월 중순까지 비 소식 없고, 고온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가뭄 피해 우려가 크다.

수박 주산지인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는 수박 수확이 시작됐다. 보통 신엄리에서는 7월 10일쯤 수확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마른 장마로 햇빛이 강해 1주일 가량 당겨졌다.

강한 햇빛으로 일소과 발생이 우려되면서 수확을 앞둔 수박에는 신문지를 덮어둔 상태다. 수박은 성숙기에 접어들면 과피조직이 연화돼 직사광선과 고온에 의해 피해를 입기 쉽다.

30년 가까이 수박을 재배한 김수한 신엄리장은 3일 “올해 장마에 비가 없어 수박이 빨리 익었다. 일소 피해를 막기 위해 과육이 80% 이상 익은 수박에 우선 신문지를 씌워 두었다”며 “이렇게 비가 적은 해는 못 봤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제주에는 제주도동부에 폭염경보를 비롯해 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최고체감온도가 33~35도로 매우 무덥고,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3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금능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제주도는 이날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 농업기술원 등 유관기관에 공문을 보내 각 농가에 대한 현장 지원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도내 38곳의 농업기상관측장비에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토양수분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토양 내 수분이 감지돼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뭄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양수기, 이동식 물탱크 등 급수 지원 시설과 체계를 점검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도 농기원은 각 농가에 주요 작물의 생육 단계에 따른 맞춤형 관리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노지 밭작물은 이른 아침과 해질녘에 물을 충분히 공급하고, 시설하우스 재배작물은 내부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환기를 철저히 하고, 차광망이나 토양피복자재를 이용해 토양 수분 증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허영길 제주도 농업기술원 농업재해대응팀장은 “장기적인 강수 부족과 고온 현상으로 작물 생육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에 토양 수분 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며 “농가 현장 지도를 강화해 농작물 피해를 최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